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레노버가 공개한 ‘레노버 커넥트’ 이미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서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레노버 제공

네트워크 빌려 재판매하다 네트워크 특화서비스 확장

MVNO, 75개국 1017개… 한국은 35개 사업자 보유

美 ROK 모바일, 음원 등 저렴한 요금으로 다운로드

다음카카오팩, 月3300원에 추가 비용 없이 3GB 사용

글로벌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이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MVNO는 이동통신망사업자(MNO)로부터 네트워크를 대여해 할인된 가격에 재판매하는 사업에 그쳤다. 이른바 ‘알뜰폰’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물론 게임, SNS 등 오버더톱(OTT) 업체들까지 MVNO 사업자로 나서며 자사 기기나 서비스에 네트워크를 결합,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와 결합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자사 비즈니스 모델(BM)로 삼는다는 의미다.

22일 관련 업계, KT경제경영연구소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00여 개 정도였던 MVNO 사업자가 2015년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75개국 1017개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129), 미국(108), 영국(76) 순이며, 한국은 35개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의 경우는 폴란드(27), 러시아(16), 말레이시아(13), 중국(11) 순이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은 MVNO 서비스는 올해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공개된 중국 스마트폰 업체 레노버의 ‘레노버 커넥트’다. 2014년 5월 중국 MVNO 사업자로 등록한 레노버의 레노버 커넥트는 자사의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사용자에게 저렴한 로밍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다.

특히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조만간 ‘레멍X3’ 스마트폰과 ‘MIIX700’ 태블릿PC 제품 사용자를 대상으로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씽크패드’ 노트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110개 국가 이상에서 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사 게임기 사용자에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MVNO 사업을 벌이는 업체도 있다. 중국 게임 업체 스네일이 설립한 ‘스네일 모바일’은 2014년 2월 MVNO 사업을 시작한 뒤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자사 게임 장터 스네일 스토어에서 게임 앱 다운로드를 무제한으로 가능케 했다. 스네일은 게임의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이 같은 서비스 구조가 가능하다. 구글이 검색 등 서비스의 확장을 위해 오지에서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프로젝트 룬’을 시작한 것과 같은 이유다.

미국의 ROK 모바일은 저렴한 요금으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와 음원 스트리밍 및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MNO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보다 50% 이상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올해 1분기 중에는 TV 시리즈물과 영화를 포함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사물인터넷(IoT) 트렌드와 맞물려 글로벌 대형 가전업체 및 IoT 제조사들이 MVN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2015년 초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샤오미가 사업을 시작했으며 하이얼, 하이센스,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의 폭스콘 등도 이미 MVNO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여한 네트워크와 자사 서비스를 연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모바일 서비스 제공사가 이통사와 직접 손잡고 자사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진화 중이다. 카카오가 지난해 KT와 제휴해 출시한 ‘다음카카오팩’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 가입자는 월 3300원의 요금만 내면 카카오의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 등을 월 3GB 내에서 추가 데이터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