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주임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원과 함께 개발 중인 뇌 신호 분석을 통한 상황 감지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끼어들기 등 돌발 상황 감지
현대모비스와 계약체결 눈앞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주임교수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실제 운전 환경에서 뇌 신호 분석을 통한 상황 감지 기술 개발’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의 뇌파 신호를 분석해서 자동차를 제어함으로써 돌발 사고를 피하는 기술이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에 위치한 이 교수의 연구실에는 오락실에서 볼 수 있음 직한 자동차 운전석이 설치돼 있다. 다른 점이라면 정면과 측면 등 3곳에 모니터가 놓여 있다는 점과 운전자의 뇌파를 자동차에 전달해줄 수 있는 전선 수십 가닥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운전자가 머리에 쓰는 장비를 가리키며 “운전자의 인지 상태를 측정해서 자동차에 신호를 보내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닥치면 얼어버려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장치는 사람이 깜짝 놀랐을 때 나타나는 생체 신호 정보를 자동적으로 분석해 자동차에 전달, 대응하게 함으로써 사고를 막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상황 감지 기술 개발 프로그램에는 세 가지 돌발 상황이 입력됐다. 앞선 차량의 급정지와 옆 차선 차량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길가에 있던 행인의 차도 뛰어들기 등 이 세 가지 돌발 상황은 운전 도중에 무작위로 발생한다. 시스템이 가동되자 이러한 상황들은 불규칙적으로 발생했고, 그때마다 운전자의 뇌 신호를 분석한 인공지능의 지시에 따라 자동차는 사고 발생 전에 속도를 줄이거나 멈춤으로써 사고를 피했다.

이 교수는 현대모비스와 뇌 신호 분석을 통한 상황 감지 기술 연구와 관련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이 당장 1∼2년 내 자동차에 장착되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사람의 생체 정보를 분석해 자동적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미래형 안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는 연구팀을 이끌고 클라우스 뮐러 독일 베를린 공대 컴퓨터과학과 교수팀과 함께 뇌파를 분석해 외골격 로봇을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교수가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고, 이 교수팀 연구원이 논문의 1저자, 뮐러 교수가 2저자로 돼 있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특정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응시할 때 측정되는 뇌파를 분석해 사용자 의도를 인식하고, 외골격 로봇에 사용자 의도를 명령해 움직이도록 한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하체 마비 환자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걷고, 앉고, 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