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텔레콤이 지난 1월 출시한 자체 기획 스마트폰 ‘쏠’의 TV 광고 화면.

- 또… 이통3사 vs 제조사 ‘스마트폰 주도권 다툼’

SKT ‘루나’ LGU+ ‘Y6’등
제조사 의존 탈피 자체 기획
외국산 등 골라 쓰는 재미

삼성전자 ‘갤럭시 클럽’ 시행
2년 계약 뒤 반납하면 바꿔줘
디지털프라자 이외 판매안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갤럭시 클럽’을 선보이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 모바일 시장 주도권 다툼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통사들이 자체 기획 스마트폰 등을 선보이며 제조사 중심의 모바일 시장 구도 흔들기에 나서자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출시하며 갤럭시 클럽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제품들을 삼성카드로 24개월 할부로 구매한 뒤 1년 후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남은 12개월 할부금은 반납한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구조다. 삼성카드를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에 등록한 뒤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면 매달 내는 갤럭시 클럽 비용을 청구할인 해준다.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이 삼성전자의 전자제품 유통망인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제조사가 이통사에 판매한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이통사를 통해 구매해왔으나 갤럭시 클럽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를 건너뛰고 제조사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제품을 구매한 뒤 이통사를 선택하면 된다. 소비자는 지원금을 받는 대신 20% 요금할인을 받는다. 이른바 ‘자급제’ 형태다. 이 경우 제조사는 직접 소비자에게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마진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통사 지원금 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이통사와 제조사가 나눠서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과는 달리 20% 요금할인은 오롯이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다. 제조사가 웃는 만큼 이통사 입장에서는 반가울 턱이 없다.

사실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구조를 보면 삼성전자 1강에 팬택, LG전자, 모토로라, KTFT 등 제조사들이 4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약진하는 10여 개의 중소 제조사들이 있었다. 당시는 유통을 담당하는 이통사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특정 제조사 휴대전화 브랜드를 앞세우기보다는 이통사들이 자사 고유 기능을 탑재해 판매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전자(2010년)와 LG전자(2012년) 정도가 스마트폰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나머지 제조사들은 대거 몰락, 지금과 같은 시장구조가 형성됐다. 현재는 삼성전자 1강에 LG전자와 애플 2약 구조로 중소 제조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이통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단통법 이전 높은 지원금을 앞세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며 의존 구조가 심화됐다.

단통법이 시행되자 이통사들은 주도권 되찾아오기에 나섰다. 단통법으로 지원금 구조가 투명해지면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 다시 외산폰이나 중소 제조사 스마트폰의 설 자리가 생겼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체 기획 스마트폰 TG앤컴퍼니의 ‘루나’를 성공시킨 후 올해 후속 모델로 중국 TCL 알카텔의 ‘쏠’을 출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말 화웨이의 Y6를 출시하며 삼성전자, LG전자 일변도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제조사 다양화를 시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클럽이 성공하면 최근 이통사들이 자체 기획 스마트폰 등을 출시하며 시도한 모바일 주도권 탈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모델들이 갤럭시S7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