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가운데 17명이 연루
인권위, 행정기관에 권고

충북 충주의 한 남성 장애인 시설에서 2014년부터 원생 간 성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에서는 2차례 관할 행정기관의 개선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생들 사이에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 내에서 원생 간 성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관할 행정기관에 시설폐쇄를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시설에선 지속적으로 원생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9월 박모 씨가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던 송모 씨의 성기를 수차례 만졌다. 피해자 송 씨가 시설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직원은 가해자 박 씨에게 자위를 하는 방법만 교육했을 뿐 시설 차원의 대처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7월엔 원생 백모 씨가 다른 원생을 안고 가슴과 성기를 4회 만졌고, 같은 시기에 원생 고모 씨도 동료 원생을 성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까지 원생 40명 중 성폭력에 연관된 사람만 17명에 달한다.

2014년 5월 이 시설 운영 재단을 관할하는 서울 마포구청은 실태조사에 나서 원생 간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성폭력에 연루된 원생의 퇴소 조치를 포함해 10개 사항에 대해 개선을 명령했다.

또 서울시청도 지난해 3월 이 시설에 대한 심층 조사에 나서 원생들에게 성폭력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시설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원생 신모 씨와 임모 씨가 다른 원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등 여전히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 시설은 원생 간 성폭력이 행정기관의 조치에도 근절되지 않고 계속 발생해 그 폐해가 회복불능 상태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