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원희의 ‘설악 1501’(캔버스에 유화, 90×170㎝, 2015·왼쪽)과 장이규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1’(캔버스에 유화, 60×60㎝, 2016). 노화랑 제공

- 이원희
설경 위주…수묵화 느낌 살려
단색화 그리듯 치밀하게 표현

- 장이규
초록 대자연 시원스럽게 묘사
빛·바람·체온 녹여낸 서정미

우리 시대에 캔버스 위에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이란 과연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소외되거나 뒤처진 이들일까.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이원희&장이규’ 2인전은 미디어아트 등의 개념미술과 극추상을 지향하는 단색화가 대세인 요즘 화단에서는 오히려 보기 드문 ‘순수’ 풍경화전이다.

많은 사람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세밀함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풍경화에 대한 동경은 더 이상 없으리라 예상했을지 모른다. 자연과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림이 아닌 사진이 대체할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진기기의 힘만으로는 예술가의 손으로 그려낸 아름다움에 들어 있는 정서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이원희&장이규’ 2인전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원희와 장이규 작가의 풍경화는 따지면 아주 사실적으로 자연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느낌도 다르다. 이번에 전시되는 이원희 작가의 풍경화는 비록 수묵화 느낌의 설경이어도 짙은 향토색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을 은근히 상기시킨다. 반면에 장이규 작가의 풍경화는 시원스럽게 눈에 다가오는 초록의 대자연을 담고 있다. 언뜻 유럽의 고전주의적 풍경화를 보는 것과도 같다.

이 작가는 같은 소나무 그림이어도 자연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으로 점, 선, 면의 조형적 요소를 재구성해 이를 캔버스에 표현하고 있다. 치밀한 짜임새가 느껴지는 것도 작가의 그처럼 세심한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풍경을 둘러싼 정서, 분위기도 함께 전달한다. 그래서 짙은 한국적 미감이 느껴진다. 이 작가는 “유화로 겸재 정선이 그린 수묵화의 느낌을 살려내려고 했다”며 “이를 위해 마치 단색화를 그리듯 각 조형요소에 여러 번 덧칠하고 깎아내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반면 푸르른 대자연을 즐겨 그려 ‘녹색의 화가’로도 불리는 장이규 작가의 풍경화는 이 작가의 작품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사진을 찍어 놓듯 소나무가 정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거친 붓 터치가 살아 있는 유화다. 그럼에도 극사실주의적인 그림을 대하듯 소나무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색감이나 질감 등 소나무의 본질적인 특질을 끄집어내 이를 잘 재현해 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연의 빛과 바람을 인간의 숨결과 맥박 속에 용해시켜 놓았다. 그래서 풍경 속에는 자연의 평온과 인간의 체온이 함께하는 따뜻한 서정성이 흠뻑 녹아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장이규 작가의 그림에 대해 “그림을 보는 관자 자신을 풍경의 한복판에 갖다 놓는 힘이 있다”며 “자기만의 법칙 아래 엄격히 조율되고 있는 장 작가의 그림은 한국의 자연 풍경을 새롭게 해석해 보여준다”고 평한다.

미술 장르에서 풍경화는 고전적인 주제다. 가장 기본이지만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주제로 만들어 내기까지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그만큼 원숙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또한 풍경화다. 한편 두 작가는 같은 대학(계명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풍경화를 주된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원희 작가는 인물 초상화를 잘 그리는 것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