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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달 탐사’ 장비자문·인력교류 등 기술협력
350조원 우주산업 진출·미래 성장동력 기대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하다가 중단됐던 우주협력협정 문안에 대한 양국 간 합의가 지난 2월 29일 타결됐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 최초로 체결하는 우주협력협정이며,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New Frontier)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리로선 세계 최고의 우주기술 강국인 미국과 본격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됨으로써 현재 추진 중인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히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는 달 궤도선 개발 및 우주항법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우리가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한미우주협력협정이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우주협력협정 합의의 추진 과정과 의미, 향후 우주기술 개발 계획과 과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점검해본다.

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나로호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1 협정엔 무슨 내용 담겼나

한미우주협력협정은 양국의 우주기술 협력 전반에 걸친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우주개발 핵심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기술 협력을 위해 나사(미 항공우주국)에 협력 의향을 타진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한미우주협력협정 체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2020년 목표로 추진 중인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미국의 기술협력 범위가 넓어지고 프로젝트의 실행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체결주체와 목적, 이행기관 및 이행약정, 물품 및 기술데이터의 이전, 지적 재산권, 정보 공개, 인력 교류 및 시설 접근, 통관 및 물품의 이동 등을 명시한 포괄적인 정부 협정”이라고 말했다.

2 의미는? 다른 체결 국가는 어디?

한국과 미국이 우주협력협정 문안에 합의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항공우주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국은 프랑스, 캐나다 등 우주 분야에 오래 투자해 기술력이 높은 국가와만 우주 협력을 해왔다. 한국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와 2004년 우주기술협력협정을 맺은 데 이어 2006년 우주기술보호협정을 체결했다. 2013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도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현재 미국이 우주협력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러시아, 캐나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브라질, 노르웨이, 스웨덴, 헝가리, 이탈리아 등 총 10개국이다.

3 한·미 우주협력 어떻게 추진됐나

한국과 미국의 정부 간 협력은 1990년대 중반 옛 과학기술처와 나사의 지구·우주과학 협력 협의가 최초였다. 그 후 한국 우주인 우주 비행 시 나사의 우주 수면 실험 참여(2008년 4월), 교육과학부·나사 우주기술협력의향서 서명(2008년 10월), 제1차 한·미 우주협력회의(2014년 7월), 달 궤도선 협력의향서(LOI) 체결(2015년 5월) 등이 진행된 바 있다. 한미우주협력협정에 관한 의견이 처음 오간 건 2010년부터였다. 그 후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메릴랜드주 고더드우주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양국 정상회담에서 우주협력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하면서 급진전했다.

4 남은 절차는 무엇인가

문안이 이미 합의된 국제 조약이기 때문에 국회 법제처에서 문안을 심의한다. 이후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친 뒤 장관이 최종 서명하게 된다. 심의 과정에서 이번 협정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국회의 동의를 묻는 비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협정기간은 10년이며 서면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5 경제적 파급 효과

한미우주협력협정을 통해 국내 우주기술 수준이 높아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350조 원 규모(2013년 기준·The Satellite Industry Report)에 이르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 우리 기업들의 진출 확대 또한 늘어날 것이며 새롭게 획득한 다양한 우주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미쳐 신시장 및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나로호 운행 상상도

6 2020년 달 탐사 협력

우리나라는 다수의 위성 개발 경험의 축적으로 심우주 통신·항법 등에 필요한 위성시스템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달 궤도선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로선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미 나사와의 기술협력이 불가피하다. 세부적인 협력분야와 역할분담에 대해선 협의가 진행 중이다. 양국 간 협력은 미국으로부터의 단순 기술이전이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기술, 장비 등에 대한 자문·검증을 받는 방식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나사로부터 달 궤도선 추적과 심우주 항법, 달 영상 등 데이터 처리시스템 개발, 심우주 지상국 활용 등에 관한 기술자문을 얻을 계획이다. 탐사선과 원거리 통신 시 발생하는 지연·중단을 극복하는 기술 등도 공동 연구할 방침이다. 우리는 시험용 궤도선에 나사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기술협력 범위는 달 탐사 1단계 시험용 달 궤도선의 개발·운용까지로 한정된다. 1단계 달 궤도선 협력 경험을 기반으로 2단계 궤도선, 착륙선 개발은 우리가 자력으로 추진해야 한다.

7 선진국 달 탐사 어디까지 왔나

달 탐사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탐사 선진국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중국, 인도가 앞다퉈 달 탐사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태양계의 형성 규명과 같은 과학적인 목적 외에 급격히 커지는 우주산업을 선점하려는 상업적인 목적도 숨어 있다. 화성 탐사 등 장기간 진행될 우주탐사를 하는 데도 달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면 얼음 상태의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얻어 로켓 연료로 사용하는 등 발사 비용 측면에서도 지구보다 훨씬 유리하다. 2009년 발사된 미국의 달정찰궤도위성(LRO)은 달 지형과 광물지도 작성, 환경관측을 마쳤으며, 2010년 달 남극지역 분화구에 38억 ℓ의 물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은 2025년 소행성, 2030년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990년대 중반 달 탐사 사업에 착수한 중국은 2007년과 2010년 달 궤도선인 창어(嫦娥) 1호, 2호를 발사했다. 2013년 12월에는 달착륙선인 창어 3호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달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창어 5호, 6호를 각각 2022년과 2024년 발사할 예정이다. 일본은 2007년 발사한 달 궤도선 가구야 1호를 통해 세계 최초로 HDTV 카메라로 달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8 美와 협력한 달 탐사 사례

지난 2008년 인도 최초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의 성공적 발사에는 미국 나사의 기술 지원이 있었다. 인도는 찬드라얀 1호의 달 궤도선에 나사 탑재체 2개를 실어주고, 미국으로부터 심우주 통신·항법을 지원받았다. 찬드라얀 1호의 성공 이후 인도는 찬드라얀 2호의 개발을 협력 파트너였던 러시아와 함께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중도하차로 독자 개발로 전환했다. 찬드라얀 2호는 달 궤도선, 달 착륙선과 로버로 구성되며, 2017년에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9 한국형 발사체 개발 현황

항우연은 2018년 말까지 시험용 달 궤도선 1기를 발사하고, 2020년 달 착륙선을 국내에서 개발하고 제작한 로켓으로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우연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1단계 목표인 발사체 예비설계, 엔진 시험설비 구축, 7t급 액체엔진 조립 및 점화·연소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8월 2단계 사업에 돌입했다. 2단계 사업에선 국내 주도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300t급 3단형 발사체를 개발한다. 2018년 발사될 달 궤도선에는 외국 발사체가 사용되지만 2020년 달 착륙선은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다. 달 착륙선 발사는 2단계 사업에서 개발할 3단 로켓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4단 로켓을 개발해야 달로 가는 비행궤도에 올릴 수 있다.

10 국내 우주기술 현황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우주기술 개발에 나서 짧은 기간에 세계 5위권의 위성기술을 확보했다. 인공위성 시스템 설계, 발사체 총조립, 발사장 운용 등 독자적 우주개발을 위한 기반 구축은 상당 부분 확보했다. 하지만 발사체 핵심기술인 ‘로켓엔진 기술’과 인공위성의 중요 부분인 ‘탑재체 제작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위성의 경우 현재까지 13기의 위성을 개발 완료해 9기는 운용 종료하고, 4기가 운용되고 있다. 또 5기의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위성체 설계는 100% 기술자립을 달성한 가운데 부품 국산화율은 아직 70% 수준이다. 국내 우주전문기업 쎄트렉아이가 소형위성과 탑재체·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발사체의 경우 나로호 상부는 우리 기술, 하부는 러시아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다. 현재 나로호를 통해 확보한 발사체 설계, 부품제작 및 시스템 조립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박양수·임정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