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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족의 구두가 필요할까요. 기능적 측면에서 생각하면 한 족을 사서 닳아 못 신을 때까지 신고, 그다음에 또 다른 제품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마치 배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으니, 매일 쌀밥만 먹으라는 것과 같죠.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맛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처럼 구두 또한 상황과 옷과의 조화를 통해 여러 스타일을 만드는 즐거움의 요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기본을 잘 갖춰야 합니다. 기본적인 필수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군것질도 하는 것처럼요. 다만 사회초년생부터 20년 가까이 회사에 다닌 부장님까지, 어떤 구두가 현대 사회 남성 복식의 기본이 되는지, 대체 무얼 사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제법을 활용한 구두가 잘 만들어진 것인지는 이미 살펴보았는데요(1월 29일 35면 참조). 이번엔 구두의 모양, 즉 스타일에 따라 분류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순서로 어떤 구두를 구비하면 좋을까요.

첫 번째 구두는 끈을 매는 옥스포드화 중, 브로그(구멍을 뚫어 만든 장식)가 없는 블랙 ‘플레인 토’나 ‘스트레이트 팁’(왼쪽 사진)입니다. 플레인 토는 구두의 토(앞코)에 어떤 장식도 없습니다. 스트레이트 팁은 일자 선만 들어간 구두입니다. 깔끔한 보통의 정장 구두입니다. 짙은 회색이나 감색 슈트를 입고, 격식을 갖춰야 하는 어떤 자리에도 잘 어울리죠.

다음은 브로그 장식이 다소 화려하게 들어간 브라운 ‘윙팁’(가운데)이 어떨까요. 우아하고 위트 있는 느낌을 줍니다. 포멀한 슈트 차림이나, 면바지에 재킷을 활용한 비즈니스 캐주얼에도 좋습니다. 끈을 묶는 시작점이 막혀 있는 ‘발모랄’, 반대로 벌어져 있어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면 ‘더비’라고 부르는데요. 이 중 평소 자주 입는 스타일에 따라 적당한 윙팁을 고르면 되겠지요.

마지막은 캐주얼에 필요한 ‘로퍼’입니다. 로퍼는 끈이 없는 구두를 지칭합니다. 발등 부위에 동전이 들어갈 수 있는 장식이 있어, 그렇게 이름 붙여진 ‘페니 로퍼’와, 작은 술 장식이 달려 있는 ‘테슬 로퍼’가 대표적입니다. 면바지, 청바지 등에 잘 어울리는 구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스웨이드 소재 로퍼(오른쪽)를 선호합니다. 가죽과 달리 광택이 없는 게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3켤레만 있어도 구두를 골라 신는 재미가 더해지는데요. 사실, 그 ‘재미’를 아시면 이미 시작된 겁니다. 다양한 구두탐구생활이 말이죠. 코에 U자 라인의 스티치가 두툼한 ‘유팁’, 화려한 버클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몽크 스트랩’, 기장이 짧은 바지에 잘 어울리는 ‘첼시 부츠’, 그리고 또 데저트 부츠, 보트 슈즈, 드라이빙 슈즈 등….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신발장은 온갖 구두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detailance.com)
사진=리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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