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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 국제부장

연초부터 중국경제 위기론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설 연휴 정국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는 바람에 한반도 정세가 시계 제로 상태지만,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보다 국제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가 언급한 중국경제 경착륙 불가피론이다.

소로스는 지난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실제적으로 피할 수 없다(practically unavoidable)”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위안화가 곤두박질치고 시장불안이 가시화하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중국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로스에 이어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국 위기론은 확산되는 기류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10일 글로벌 금융불안의 진원지로 중국을 꼽으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방어를 위해 돈을 시장에 쏟아붓고 있으나 위안화는 점점 더 하락하고,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환추스바오(環球時報) 등 관영매체들은 소로스와 헤지펀드들을 중국을 흔드는 환투기업자들이라며 여론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위기론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베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고위험을 무릅쓰고 고수익을 찾아 투자하는 이들이 소로스의 뒤를 따른 것은 이미 위안화가 약세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로스만큼은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이기에 앞서 전세계적으로 반전체주의운동을 펼쳐온 자선사업가다. 그는 1980년대 말 냉전해체기에 자신이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을 통해 동유럽 구소련 국가들의 민주화를 지원해왔고, 지금도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의 권위주의 정권들을 대상으로 반부패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86세인 그는 이미 헤지펀드의 일상투자업무에서는 은퇴한 뒤 가족의 자산만을 운용하고 있다.

소로스는 11일자 뉴욕리뷰오브북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잇따른 정책실패로 외환보유고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문제는 시장경제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지도부가 좌충우돌식 정책을 펴는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은 경착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로스의 중국 위기 해법은 결국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풀게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곧 공산당 지도부가 시장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권고다. 과연 중국 지도부가 소로스의 권고를 수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위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소로스가 헤지펀드들과 연대해 돈의 힘으로 중국을 변화시키려 할수록 중국의 저항도 커질 것이다. 북핵 대책만큼이나 우리에게 화급한 것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다.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