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하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붉은 셔츠를 입고 대회 마지막 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우즈의 이런 모습을 본 지 벌써 2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스포츠에서 이렇듯 선수마다 승리의 기쁨을 표시하는 방법을 ‘세리머니’라고 하는데 선수마다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축구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골 세리머니를 연출하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선수는 세리머리 예행연습까지 합니다. 설 연휴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장하나가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코츠챔피언십에서 미국 진출 1년여 만에 첫 승을 신고하는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줬습니다. 장하나는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퍼터를 칼처럼 휘둘렀다가 칼집에 넣는 흉내를 냈습니다. 이 액션 하나가 그의 우승 소식보다 더 많은 화제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화끈하고 공격적인 골프를 하기로 유명했던 장하나의 이런 모습은 골프 대회에서 실로 오랜만에 보는 팬서비스였습니다.

PGA투어에서는 히스패닉계 치치 로드리게스가 당시 보수색이 짙던 골프계에서 이단아처럼 과도한 칼춤 세리머니를 보여줬고, 1999년 비행기사고로 사망한 페인 스튜어트가 니코보코 스타일의 개성 넘치는 복장을 한 채 한 다리를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는 세리머니가 있었습니다. 2009년 양용은은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 우즈와 맞대결을 펼쳐 역전 우승하면서 자신의 캐디 백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우즈의 고개를 떨구게 했습니다.

하지만 배려의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선수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골프여제’ 박인비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팬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세리머니는 없습니다. 그저 한 손을 치켜들고 활짝 웃는 모습뿐입니다. ‘기(氣)’싸움이 치열한 스포츠에서 때론 과도한 세리머니가 팬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피레이션 우승자가 18번 홀 그린을 둘러싼 연못으로 뛰어드는 전통적인 자축 세리머니는 끝까지 대회를 지켜준 수천 명의 갤러리를 즐겁게 하는 ‘이벤트’가 되기도 합니다.

주말골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디를 하며 좋아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입니다. 일그러지는 동반자의 표정을 배려해 애써 얼굴빛을 감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더 인간다워 보입니다. 버디를 맞은 상대만큼은 ‘나도 버디를 해서 앙갚음하겠다’는 의욕이 충만해질 테니까요.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