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오늘의 양식 지난 1월 28일 마케도니아 북부 타바노브체 인근의 임시센터에서 한 난민 노인이 사과를 쥔 채 담요를 덮고 있다. AP연합뉴스

난민들의 겨울나기

세계적인 이상 한파 속에 유럽에도 최악의 겨울 한파가 몰아닥쳤다. 특히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나선 난민들이 강추위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저체온증과 폐렴, 감염성 질병은 난민들에게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유럽에 유입된 난민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배가 넘는 6만7000여 명에 달한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밝혔다. 이 중 그리스에 입국한 난민은 전체의 90%가 넘는 6만2000여 명으로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터키를 경유해 입국하는 사례가 많다. 터키에서 에게해를 통해 그리스로 가는 경로의 최단 거리는 5㎞ 정도다. 인구 8만5000여 명이 거주하는 레스보스섬은 매달 섬의 인구보다 많은 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도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겨울 날씨의 악조건으로 익사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IOM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 272명이 익사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는 60명으로 집계됐다.

그리스를 떠난 난민들의 통로국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에서도 겨울철 난민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난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공급한 회색 담요로 몸을 감싸고 추위를 버티고 있다. 최근 난민 이동 통로국인 발칸반도의 최저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난민 어린이들의 인신매매다. ‘유로폴’(Europol)은 난민 어린이들이 이탈리아에서만 5000명, 스웨덴에서만 1000명이 실종됐고 범유럽 범죄 조직이 난민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난민 어린이들은 인신매매와 함께 성범죄에도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난민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고 있어 난민들은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유입 난민 수 16만3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최대 8만 명의 난민을 추방하기로 했으며, 핀란드도 지난해 입국한 3만2000명 가운데 2만 명을 송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추방하기 쉽도록 범죄난민추방법을 제정했다. 스웨덴과 독일, 핀란드가 난민 추방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도 유사 정책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는 망명을 거의 허용해 주지 않는 ‘안전국가’ 명단을 확대했다. ‘안전국가’ 명단에 추가된 국가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가나, 조지아, 몽골 등이다. 이 국가 출신들은 앞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너무 추워서 지난 3일 영국으로 가기 위해 벨기에 북서부 제브루게 항구 주변으로 온 난민들이 비닐을 덮고 비와 추위를 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나 돌아갈래! 지난 3일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의 독일연방경찰 사무소 앞에서 이라크 남성들이 향수병과 독일의 지지부진한 행정처리에 염증을 느끼고 이라크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