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지퍼 스웨터 차림으로 지난 1월 26일 아이오와 오칼루사에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오른쪽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블루 크루즈, 항상 파란색 입어
그레이 루비오, 이름 새긴 회색톤
컬러풀 부시, 파랑·갈색 등 다양

“나는 평범한 사람” 유권자에 호소
‘아웃사이더’ 트럼프·카슨은 ‘정장’

2016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남성 후보들의 지퍼 달린 스웨터 사랑은 못 말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하나같이 지퍼가 달려 있는 스웨터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지퍼 스웨터를 착용하면 항상 파란색만 입는다. 유사한 스타일의 파란색 스웨터를 즐겨 입는 또 다른 후보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인데, 좀 더 진한 ‘라피스(lapis) 블루’를 선호한다. WP는 “케이식 주지사는 언제든지 집 앞에 쌓인 눈을 삽으로 퍼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크루즈 의원은 스키를 즐긴 뒤 코코아를 한 잔 마실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촌평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에 1%포인트 차로 뒤진 3위를 차지, 이변을 일으킨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짙은 회색 계열의 지퍼 스웨터를 좋아한다. 왼쪽 가슴에는 ‘마코(Marco)’라는 본인 이름도 새겨져 있다. 특히 루비오 의원의 이 스웨터는 즐겨 신는 검은색 가죽 부츠와 묘하게 어울리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WP는 평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가장 다양한 색깔의 지퍼 스웨터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석상에 입고 나온 것만 따져도 파란색, 갈색, 회색 등이다. 게다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끼 같은 털이 달린 겉감으로 만든 지퍼 스웨터도 선보였다. 아이오와 코커스 직후 후보를 사퇴한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지퍼 스웨터 애호가이기는 마찬가지. 다만 다른 후보들과 달리 조끼를 선호한다. WP는 “후보들의 정책은 각양각색인데도, 옷만은 마치 남성 아웃렛 쇼핑몰인 L.L.빈에서 모두 구입한 것 같다”면서 “특히 후보들은 유권자들과 친밀하게 어울려야 하는 행사에서 이런 스웨터를 착용하는데, ‘나도 당신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입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가 지퍼가 달리지 않는 V자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는 점에서 ‘사소한’ 예외라면, 공화당 대선주자인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와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은 완전한 예외다. 오히려 ‘아웃 사이더’인 이들이 정장을 선호하는 것. 트럼프와 카슨은 넥타이를 매지는 않지만 셔츠에 정장 재킷을 주로 입는다. 트럼프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세 외에는 유권자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캐주얼한 행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WP는 분석했다. WP는 “60대 흑인 남성인 카슨에게 양복 정장은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알리는 갑옷 같은 것이고, 트럼프의 양복은 ‘나는 당신들보다 더 부자이고 더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도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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