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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 논설위원

내일부터 설 연휴다. 북핵·미사일 위협, 어두운 경제 전망, 정치권의 이전투구 등으로 짜증이 난다. 그래도 설만큼은 즐겁게 보내야 한다. 외신들도 한국·중국의 음력설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크게 보도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曆)이 세계 표준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른 달력을 기준으로 자신들 고유의 설 명절을 쇠는 국가와 민족이 많다.

이란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노루즈’란 설날이 있다.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춘분인 3월 21일이다. ‘새로운’이란 형용사 노(nou)와 ‘날’이란 명사 루즈(ruz)의 합성어다.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봄의 시작을 선(낮)과 악(밤)의 투쟁이 재개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날 집 안 청소와 가구 정돈을 하며, 풍요와 은총을 상징하는 금붕어를 구해온다. 그리고 새해 13일인‘시즈다 베다르’날 방생한다. 시즈다흐는 13을, 베다르는 찢는다를 의미한다.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13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로슈 하샤나’란 유대력에 따른 설날을 9월 13일 저녁부터 15일 저녁까지 기린다. 로슈 하샤나는 ‘한 해의 머리’란 뜻으로, ‘쇼파르’라는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설날 일몰에 불기 때문에 나팔절이라고도 한다. 유대인들에게 새해 첫날이란 아담과 이브가 창조된 날이다. 그래서 이날 유대인들은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다. 선악과를 먹은 것을 반성하며, 달콤한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또 석류도 빠져선 안 될 잔치 음식이다. 이스라엘 지역에서 이때 석류가 대표적 제철 과일이며, 번성과 풍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엔 ‘스타르이 노브이 고드’가 있다. 직역하면 구정(舊正)이다. 제정 러시아 당시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에 따른 1월 1일이다. 바실리예프의 날이라고도 하는데, 지인과 이웃집을 돌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공식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라지는 듯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다시 주요 명절의 하나로 발전하고 있다. 아랍인도 이슬람력에 따른 신년을 기념한다. 이슬람력에 맞춰 아랍 설날은 매년 15일씩 빨라진다. 이날 아랍인들은 새벽에 이슬람 사원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는데, 남자아이들은 이 돈으로 폭죽을 사서 저녁때 터트리는 것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