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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예나 지금이나 설날 사람들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같은 음식을 나누면서 쌓이는 정과 추억은 다른 어떤 것보다 오래 기억된다.

설 상차림에는 떡국, 만둣국, 갈비찜, 식혜 등 다양한 음식이 오르지만 고소한 풍미의 전 역시 빠질 수 없다. 전은 재료를 얇게 썰어 가루 옷과 달걀 물을 입힌 후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낸 음식이다. 요즘은 튀김이 보편화되었지만 우리 전통 음식에는 높은 온도의 기름에 음식을 잠기게 하여 익히는 튀김은 거의 없었다. 기름에 지져낸 전은 맛과 향이 좋을 뿐 아니라 지방 섭취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늘 밖에서 나가 놀던 꼬마들도 설 전날 집에서 전을 부치면 그 옆을 떠나지 못했다.

잘된 전은 겉이 노릇노릇하고 재료 속은 적절히 익어 있다. 이런 전의 모습을 생각하며 조리를 시작해 본다. 전 요리는 재료 준비에서 시작되는데 재료로는 육류, 생선류, 채소 등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재료는 얇게 저미는데 이렇게 하여 납작하게 지지면 속이 잘 익으면서 양면이 약간 눌어 노릇노릇하게 색이 든다. 생선전을 할 때는 동태, 민어 등 흰살생선을 얇게 저민 후 약간의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소금간은 전을 부치기 직전에 해야 좋다. 너무 간이 세거나 오랫동안 간을 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생선에서 물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질감이 퍽퍽해진다. 간이 된 재료에 밀가루 옷을 입히는데 가루가 너무 많이 묻으면 달걀 옷이 잘 묻지 않고 나중에 옷이 벗겨지기 쉬우므로 과량의 가루는 털어낸다. 또 재료에 밀가루와 달걀을 묻힐 때 한꺼번에 묻혀 겹쳐 놓으면 밀가루가 수분을 흡수하여 오히려 옷이 벗겨지기 쉬우므로 조금씩 묻혀서 조리한다.

전을 익힐 때는 프라이팬을 먼저 달군 후 기름을 두른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전을 부치다 보면 달걀 옷이 팬의 바닥에 달라붙어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달걀 단백질이 열에 의해 변성되면서 생긴 유리활성기가 금속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프라이팬을 완전히 달군 후 기름을 두르거나 코팅된 프라이팬을 이용한다. 전을 익힐 때는 중불로 색이 날 때까지 양면을 지진다. 다 익은 전을 겹쳐 놓으면 식으면서 물기가 생기므로 채반 위에 펼쳐 놓는다. 이번 설에는 한번 전을 먹는 즐거움 외에 온 가족이 함께 만드는 기쁨을 느껴보자.

이경은(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