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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改革)은 어렵다.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도자는 개혁을 주창한다. 그것이 사회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개혁의지와 장영실의 과학재능의 결합을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은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드라마이다. 과학과 역사의 결합을 통해 조선시대 과학사를 재구성하여 과학 원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고취시킨 점이 흥미롭다. 또한 천출로 태어나 평생 노비로 살 뻔했던 장영실의 재능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사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면천을 강행한 세종대왕의 개혁 정신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의 도입부는 하늘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천문현상을 관측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한 동래현 관노(官奴) 장영실(송일국)의 시련과 고난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장씨 문중 제사에서 고려 때 서운관 판사를 지냈던 아버지 장성휘(김명수)를 만나 ‘장영실’이라는 이름을 받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하늘에 있는 천체들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형인 혼상(渾象) 만들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관노라는 신분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장영실은 명나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한편 한양에서는 성인이 된 충녕대군(김상경)이 서운관에서 ‘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를 곡해한 대신들 때문에 아버지 태종(김영철)과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경복궁 천문서각에 비밀이 있다는 괘서 때문에 조정은 혼란에 빠지고, 천문석각의 비밀을 알아냈다는 서운관 관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충녕대군이 직접 나서 사건을 조사하고, 한양에 올라온 장영실도 이천(김도현)의 부탁으로 천문석각을 새긴 석공을 찾아 나선다. 천문석강 장인을 찾다가 위험에 처한 충녕대군이 장영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버지 태종의 양위(讓位)로 왕위에 오른 충녕대군은 조선의 안녕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제도 개혁과 인적 쇄신의 개혁 정치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대부의 기득권 세력은 왕의 개혁 정치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명나라가 아닌, 조선의 천체 위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 조선의 간의(簡儀)를 만들고자 하는 왕에게 “조선은 오직 문(文)으로만 통치되어야 한다. 격물로써 문의 통치를 어지럽히는 왕을 위해 조선을 세운 것이 아니다. 격물로 만든 칼이 반드시 왕의 목을 치게 하겠다”고 협박한다. 세종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명나라의 간의를 잘 보고 배워 와서 조선의 하늘을 백성들에게 찾아주는 것만이 그들의 경고를 이겨내는 길”이라면서 장영실을 명나라로 보낸다.

명나라에서 혼천의·천구의·해시계와 시보장치를 한군데로 모아놓은 300년 전의 수운의상대를 보고 탄복한 장영실은 주태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 만약 세종의 개혁의지가 아니었다면 장영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을 찾아내어 벌을 주는 대신 격물을 진흥하고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자에게 일을 맡기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개혁을 실천한 세종의 의지가 있었기에 15세기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국이 될 수 있었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