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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와요’ 두 팀이 번갈아 기념공연

1996년 극단 연우무대가 처음 공연한 연극 ‘날 보러 와요’가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월 22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연극은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해 썼다. 제작 당시 연우무대를 찾는 관객이 너무 없어서 “관객들이 이 공연을 좀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제목을 지었는데, 이는 아직 잡히지 않은 범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어느 날 범인이 이 공연을 보러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500만 관객을 돌파한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연극은 현재 원년 멤버로 구성된 OB팀과 새로운 배우들로 구성된 YB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데, OB팀은 김 교수가 10년 만에 연출을 맡았고, YB팀은 지난 10년간 ‘날 보러와요’를 지켜온 변정주 연출이 맡아 2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각기 다른 배우와 연출가의 참여로 하나의 연극을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작품처럼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밥 먹듯, 숨 쉬듯…관록의 OB팀=33세에 김 형사 역을 처음 맡았던 OB팀의 권해효는 지금 50대가 됐다.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감수성 충만하고 예민한 김 형사는 변함이 없었다. OB팀이 꾸린 무대는 ‘호흡’처럼 자연스럽다. 무대는 정중앙 수사본부와 왼편의 쑥다방, 그리고 오른편 취조실이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긴장감이 결코 영화 ‘살인의 추억’에 뒤지지 않는다.

이대연(김 반장), 유연수(박 형사), 김뢰하(조 형사), 류태호(용의자), 황석정(남 씨 부인) 등 관록의 배우들은 매끄럽고 감칠맛 나는 연기로 공간이 주는 한계를 극복한다. 이는 또 소재의 잔혹성, 선정성, 괴기스러움 등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섞여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극 전체를 휘감는 풍자적인 상황 전개는 소재의 어두운 측면을 이완시킨다. 탄탄한 희곡과 탁월한 연출력은 20년이 지나도 건재했다.

◇또 다른 10년이 기대된다…새로운 YB팀=2006년부터 10년간 연출을 맡아온 변정주 연출이 이끈 YB팀은 OB팀과는 결이 다른 무대를 보여준다. OB팀의 김 형사(권해효)가 예민하면서도 지적인 면이 느껴졌다면, YB팀의 김준원은 다소 풋풋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이 겹쳐진다. 경기도 갑부인 베테랑 박 형사가 OB팀에선 좀 더 능청스럽고 코믹했다면, YB팀의 김대종은 우직한 면이 강조된다. ‘미생’의 밉상 ‘마 부장’(손종학)이 김 반장으로, 김 형사와 대립하는 조 형사엔 이원재가 캐스팅됐다. 용의자 3명을 전부 커버하는 이현철(YB)과 류태호(OB)의 소름 돋는 연기도 볼거리. 두 팀을 비교 대상이 아닌 지나온 20년과 앞으로의 10년(혹은 더 먼 미래)을 연결하는 고리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어느 팀을 택해도 후회는 없다. 20년 흥행의 비결을 무대가 직접 증명하니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