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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 한성대 교수·행정학

오는 4월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나 된다. 하지만 당시에 느꼈던 커다란 불안감과 분노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은 금방이라도 실천이 될 것 같았지만, 안전사회는 너무 요원하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조합은 국내 연안을 운항하는 여객선·화물선·유조선 등 2093개 선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선박의 안전운항 등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이 기관이 신임 이사장으로 정치권 출신 낙하산을 뜻하는 이른바 ‘정(政)피아’ 인사를 내정했다가 지난달 28일 해수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해운조합이 1962년에 출범한 이후 이사장으로 임명 제청을 요청한 후보자에 대해 주무 부처가 승인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로 밝혀졌지만, 역대 해운조합 이사장직은 해수부 전직 관료들이 사실상 독차지해 왔기 때문에 ‘해피아’(해수부+마피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이 이사장직을 해운 업무와는 거리가 먼 정피아 인사에게 내주려 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정부와 산하기관, 업계 사이의 유착과 병폐를 차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참사 2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관(官)피아’(관료+마피아)는 상당히 줄었지만, 그 자리를 정피아가 채우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정피아는 해당 직위 관련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관피아보다도 나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규제가 창(槍)이라면, 이러한 창을 막는 방패 역할을 관피아들이 해왔다. 관피아는 정당하고 필요한 규제도 무력화하는 역기능을 했다. 하지만 정피아는 그러한 역기능에 더해, 대개 관리의 전문성도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역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정피아는 전직 관료들이 지닌 공공성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마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특성상 정치권 등 외부압력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관피아보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퇴직 공직자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공공기관의 인사 선발 시스템을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관피아와 정피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전문성 및 근무 경험 등을 포함한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주주나 조합원들이 최고경영자나 감사 등을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 최고경영자나 사외이사 등이 소속 조직에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고, 감사도 공공기관 성과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임기 중에라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관피아와 정피아 인사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정피아 인사의 폐해는 전문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를 기관장 및 임원으로 배치해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저해했으며, 결과적으로 방만한 경영을 방지하지 못하게 돼 조직 구성원과 나아가 국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결과를 낳게 됐다.

정피아 문제 해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임하는 인사 주체들의 인식 전환이다.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정치적 ‘전리품’이 아니라 주인은 국민이란 점을 인식한다면, 공정한 선임 절차와 평가를 통해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