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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변호사회 새 회장 이은경 변호사 인터뷰

“출산과 육아도 벅찬데 일터에서까지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여성들의 현실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을 생각입니다.”

지난 22일 제9대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회장으로 선임된 이은경(52·사진)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는 26일 “여변은 여성 변호인들의 친목 모임으로 태동했지만, 그 범위를 넘어 여성과 소수자 문제 전체를 바라보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된 지 오래”라며 “내부적으로 단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그간 계속 해오던 여성과 아동·소수자를 위한 공익 활동도 더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법, 전주지법 등에서 판사직을 역임하고 2002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여성’ 법조인이라는 정체성은 당시만 하더라도 ‘희소성’ 측면에서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내가 처음 법조인으로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여성 법조인 수가 적어 ‘홍일점’ 소리를 들으며 일했다”며 “하지만 요새 젊은 여성 법조인들은 우리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태”라고 현 여성 법조계를 진단했다. 이어 “최근 유엔에서 대한민국 여성 인권 척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인권 향상의 한 기준이 여성법조인 수의 증가였다”며 “하지만 숫자의 증가는 있을지라도, 사실상 여성 법조인의 지위가 인권 향상의 근거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여성 변호사는 취업 불이익도 크고, 결혼도 쉽지 않을뿐더러 출산 휴가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며 “비단 여성 변호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 전체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여변에서 여성 문제와 관련한 공익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닥친 가장 큰 이슈가 여성 문제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며 “출산과 육아 문제는 결국 대한민국 성장 동력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 동력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대책을 끊임없이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여변의 주요 공익사업 중 하나인 아동학대 방지 캠페인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동 학대 이슈는 단발적인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아동 학대 이슈는 생기면 크게 번지는데 정작 현실적인 정부 예산 등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여변은 아동학대특별위원회를 두고 전담 변호사를 고용해 아동보호기관과 공동으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구제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여변의 표어는 ‘대한민국에서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다”라며 “아동학대 공익 활동은 계속해서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