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어디에… 정부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직원들이 실종 아동 포스터를 점검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9일 친정에 가 있었다던 母
집에서 카드결제 사실 확인

“10월초 넘어져 한달뒤 사망”
父진술과 달리 폭행死 추정

경찰, 부작위살인 혐의 아닌
‘살인 혐의’ 적용 방안 검토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아버지 최경원(34)이 최모(당시 7세) 군을 2012년 11월 8일 또는 9일 사이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최 군 어머니 한모(34) 씨가 “친정에 가 있었다”고 주장한 기간에 자신의 집에서 치킨 배달을 시킨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확인, 이를 바탕으로 최 씨 부부를 집중 추궁하는 과정에서 최 군 살해 시점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오는 2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최경원에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은 것) 살인’ 혐의가 아니라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0일 경기지방경찰청 및 부천 원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 군의 어머니 한 씨는 당초 “아들 사망 후 친정에 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2012년 11월 9일 오후 자택에서 치킨을 배달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한 씨는 당초 “남편의 권유로 주말(2012년 11월 9∼11일) 동안 친정에 간 사이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 냉동실에 보관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 씨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친정에 가 있었다는 한 씨의 신용카드가 11월 9일 오후 자택 인근 치킨집에서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이 사실을 집중 추궁한 결과, 한 씨는 “9일 집에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고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정에 갔다는 한 씨 진술과 반대로 한 씨는 아들 사망 후 집에서 치킨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 등을 근거로 최 군이 2012년 10월 초 욕실에서 넘어져 다친 후 한 달 뒤 사망한 것이 아니라, 같은 해 11월 8∼9일 최경원의 폭행 등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씨가 남편의 범행을 숨길 목적으로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최경원의 살인을 추정할 수 있는 진술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고 일어났더니 오빠가 없어졌다”는 최 군 여동생의 진술, “최 군의 머리와 얼굴 등에는 멍이나 상처로 인한 변색 현상이 관찰되며, 이는 외력이 가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 등을 토대로 최 군이 사고가 아니라 폭행 등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다고 보고 있다. 최경원은 그러나 살인 혐의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는 21일 현장검증을 거쳐 22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경원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한 씨의 살인 가담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부천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