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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國 7000만명, 매일 ‘1억2500만 시간’ 이용

세계 최대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가 지난 7일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9월 이 업체가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한 후 국내 관련 업계는 바짝 긴장했지만 서비스 개시 후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볼 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가 커온 과정과 독보적인 장점, 국내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 등을 알아본다.

넷플릭스의 출발은 DVD 대여업이다. 지난 1997년 이 회사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DVD를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가 1998년 영화 등이 담긴 DVD를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빠르게 성장해 2003년에는 15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넷플릭스는 이후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간파해 2007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접속해서 동영상을 보는 형태)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2010년 캐나다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11년 남미 43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2012년 북유럽, 2015년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현재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7000만 명의 가입자가 매일 1억2500만 시간 이상 이용하고 있다.

이 업체의 최대 강점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한 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며 영화 추천 시스템인 ‘시네매치(CineMatch)’를 개발했다. 800명의 개발자가 투입돼 만든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영화·드라마의 장르와 스토리, 배우 등을 분석해 비슷하거나 같은 형태의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이를 위해 성별, 나이 등 기본 정보를 비롯해 어떤 장면에서 멈추고, 어떤 장면에서 빨리 감으며 어떤 장면에서 돌려보는지 등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수집한다. 넷플릭스는 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10억 원의 상금을 내걸고 대회를 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처음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여러 편의 TV 시리즈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올해는 31개 TV 시리즈와 24개의 장편영화·다큐멘터리·스탠드업 코미디, 30개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5000만 달러(약 578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월정액만 내면 컴퓨터를 비롯해 스마트폰, TV, DVD플레이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도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하지만 콘텐츠 수가 적다는 게 이 업체의 약점이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수는 9796편이었고, 현재도 1만 편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인스턴트 프라임’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수가 8만 편이며 올레TV, LG유플러스TV 등 국내 인터넷TV(IPTV) 사업자도 10만 편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넷플릭스의 해외 진출 전략은 현지 사업자와 제휴하는 것이다. 현지 유료방송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셋톱박스 등의 플랫폼에 직접 접속하는 애플리케이션, 채널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또 자체 콘텐츠와 함께 현지 콘텐츠도 확보해 제공한다.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후지TV와도 제휴해 일본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전략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국에 진출하며 지상파 방송사 3사, CJ E&M 등 콘텐츠 사업자, 이동통신 3사 등과 접촉, 제휴를 시도했지만 무리한 수익 배분을 요구하며 인기 콘텐츠도 시장 가격의 절반에 달라고 해 계약이 결렬됐다. 또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인 IPTV 등과도 제휴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월정액 서비스를 하는 것도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다. 국내 VOD 사용자의 90%가 월정액이 아닌 건별 결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저렴한 이용료를 내세우지만 평균 서비스 이용료가 8000원인 한국에서는 1만 원대인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료가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국내 서비스는 VOD 구입 시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넷플릭스는 월정액만 내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반면 국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온다. 여전히 IPTV 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이 넷플릭스와 협상 라인을 열어놓고 있으며 콘텐츠 확보도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판단에서다.

또 중국이 아직 넷플릭스 서비스국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넷플릭스가 거대한 시장인 중국을 반드시 공략할 것이고, 이를 위해 한류 콘텐츠의 강점을 지닌 한국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