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 남녀부 개인전이 치러집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등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선수들이 오는 7월 11일까지의 랭킹을 기준으로 출전 자격을 확보하게 됩니다.

출전 선수 못지 않게 이들을 조련할 코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웃의 일본도 그렇고 중국 등 상당수 국가가 일찌감치 코치를 선임하고 올림픽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은 대한골프협회(KGA)가 선임합니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KGA는 오는 25일 정기 총회에서 코치진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코치 선임과 관련, ‘줄 대기’가 한창이어서 객관성을 잃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지난해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안방에서 열리고, 전력도 최강이어서 골프에서만큼은 ‘금메달 싹쓸이’를 예상했지만 빗나갔습니다.

올림픽에서 골프 코치는 크게 할 일이 없다고들 합니다. 선수들이 별도의 합숙, 전술 훈련 없이 투어에서 활동하다 올림픽에 곧바로 출전하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골프는 경기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의외성이 큰 스포츠인 데다, 올림픽이기에 선수들이 큰 압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가 동요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곁에 있는 코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골프에서 코치의 역할은 ‘무한’합니다. 선수보다 더 유명한 ‘레전드급’이 코치를 맡아야 합니다. 경쟁국의 코치들과 마주할 ‘레벨’이어야만 메달 사냥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정도의 ‘지명도’가 있어야 합니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남녀 코치로 추천합니다. 둘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골프의 레전드’이기에 올림픽 대표팀의 코치를 맡아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합니다. 게다가 둘은 그동안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자원할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나흘 동안 선수들이 안정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레전드로서 풍부한 경험담을 들려줄 후보는 둘 외에는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최경주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우승했고, 박세리는 ‘맨발 샷’ 투혼으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골프 변방이던 한국을 알린 영웅입니다. 이런 영웅들을 이번 올림픽에서 볼 수 없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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