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골밀도 측정’ 시연 김필건(맨 오른쪽)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한의협은 이날 “헌법재판소가 2013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제도 개선을 미루고 있다”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1월까지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치료 의학’ 신뢰 제고 위해
암·치매 등 30개 주요질환
진료지침 개발해 보급기로
한약 건보적용 확대 계획도

정부가 한의진료를 표준화하고, 한약 제제(製劑)의 현대화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약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전통의학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데 반해 한의학은 상대적으로 규모나 제도 면에서 열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의진료의 표준화와 현대화를 통해 신뢰성을 구축한 뒤, 국제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의약육성발전심의원회가 13일 확정한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년)’은 △근거 강화 및 신뢰도 제고 △접근성 제고 △한의약 산업 육성 △선진 인프라 구축 및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의 4대 목표로 구성됐다. 먼저 한의약의 질적 향상과 치료의학으로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고 보급하게 된다. 첫해 20개 질환에 대한 지침 개발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30개 주요 질환에 대한 진료지침을 개발해 보급한다. 30개 질환에는 감기, 기능성 소화불량, 대사증후군 등을 비롯해 난임, 치매, 암, 류머티즘 질환, 비만, 우울증 등 질환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해당 질환 진료지침의 근거 마련을 위해 질환마다 3년간의 임상연구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표준진료지침이 완성되면 국민은 모든 한의진료에서 표준화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또 정부는 제제 산업 중심으로 한약 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한약을 현재 첩약 중심에서 제제 중심으로 처방·복용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약제제 인허가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현재 가루 형태의 소수 한약에만 적용되던 건강보험을 정제(알약)·엑스산제(짜먹는약) 등 다양한 제형으로 확대해 고품질의 한약 생산과 유통을 장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가루약 형태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숫자도 한정돼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인허가 제도 개선을 통해 한약제제 시장의 수출 기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캡슐 등 다양한 제제의 전통약제를 개발해 해외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통약제 산업 규모는 28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전통약제 산업 규모는 2012년 기준 21조 원에 달하며, 일본도 1조5000억 원(2013년 기준) 규모다. 정부는 또 현재 480억 원 수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매년 6% 이상 확대해 한약제제 신약 개발, 표준임상진료지침 근거 개발, 양·한방 융합기반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한방과 양방을 결합한 통합진료 확대를 위해 관련 수가를 개발하고, 국공립병원에도 한의과를 설치해 한의진료의 공공보건의료 접근성도 확충하기로 했다.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프로그램 개발, 우수 보건소 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한의약 건강 증진 서비스도 확대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