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길이 11m, 무게 6.4t으로 공룡 중 가장 큰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

머리뼈 화석 도굴품 딜러가 소장
2번 찾아가 압박… 반환 성공시켜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제60회 대한민국 학술원상 자연과학기초부문을 수상했다. 제60회 정보통신의 날 과학기술포장을 받았고 2014년에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공룡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3년 동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경력도 중요하지만 이 교수의 연구 성과 중 가장 빛나는 것은 지난 50년 동안 세계 공룡학계의 미스터리인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실체를 규명해 201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것이다.

이 교수가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에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이 유럽의 도굴품 딜러로부터 머리 뼈와 뒷발 뼈 화석을 돌려받은 것이다. 그는 도굴꾼에게 거액을 들여 공룡 화석을 구입한 딜러로부터 어떻게 이를 다시 받아냈을까. 이 교수는 ‘거대한 타조공룡류인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오랜 수수께끼 해결’ 논문과 관련해 이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구를 주도한 ‘한국-몽골 국제 공룡탐사팀’에서 기존의 앞발 뼈와 몸통 뼈를 확보하고 도굴품 딜러로부터 머리 뼈와 뒷발 뼈까지 확보, 세계 최초로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 골격(뼈) 체계를 완성시켜 이 공룡의 생물학적 실체를 규명해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벨기에에 거주하는 이 딜러를 직접 찾아가 머리 뼈와 발 뼈 화석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3년 미국 뉴욕에서 ‘타르보사우르스’ 공룡 화석의 경매를 앞두고 몽골 정부가 ‘이 화석은 도굴됐다’며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 자신의 수장고에 엄청난 도굴품을 쌓아둔 해당 딜러를 처벌하고 경매도 무산시킨 일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몽골의 공룡화석은 도굴로는 거래할 수 없다고 소문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을 보고 이 딜러를 다시 찾아가 사실상 압박에 가까운 설득을 했다. 이 교수는 “갖고 있어봤자 어차피 팔지도 못하니 몽골 정부에 순수하게 반환하는 게 가장 좋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에 이 딜러가 결국 마음을 돌렸고, 몽골의 문화관광부 장관이 벨기에로 직접 건너와 공식합의를 이뤄내 되돌려받았다. 몽골 남부의 고비사막에서 수년간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찾아다닌 이 관장과 연구진의 노력은 이로써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