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삼호중공업이 1만5000TEU 컨테이너선 제작을 위해 육상작업장에서 만든 1만t 무게의 테라블록. 컨테이너선의 4분의 1 크기로 현재 플로팅독에 실려 있으며, 오는 22∼23일쯤 드라이독으로 옮겨져 다른 선체와 조립될 예정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연내 5척 건조에 新공법 적용
임시 레일 가설해 블록 옮겨
무게만 1만t급으로 세계 최대
공정 3週 단축… 생산성 높여

造船불황으로 3년 연속 적자
올해 매출 4兆목표 흑자 기대

조선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이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테라블록 공법’을 활용해 경영정상화를 통한 흑자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테라블록 공법은 6000t 이상의 초대형 블록을 제작해 선박건조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회사는 특히 해상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해상크레인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테라블록보다 더 큰 테라블록을 만들어 시간·비용·인력을 크게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삼호중은 올해 안에 5척의 선박을 ‘테라블록 신(新)공법’을 적용해 만들 계획이며, 그 중 첫 선박을 만들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제작한 테라블록은 길이 89m, 폭 51m, 높이 30m, 무게가 1만t으로 단일 선박 블록으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일반 블록 25개를 합친 것으로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의 4분의 1 크기다.

회사 측은 육상에서 이 테라블록을 만든 뒤 지난 5일 플로팅독으로 옮겨 파이프, 전선 설치 등 내부 의장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22∼23일쯤 테라블록을 드라이독으로 옮겨 나머지 선체와 조립하는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이 정도 크기의 블록을 드라이독으로 옮기려면 작은 블록을 수차례 또는 수십 차례 이동시켜야 하지만, 새로운 공법으로는 25개 크기를 미리 만들어 한꺼번에 옮기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인력 등 3가지를 모두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공법을 적용하면 앞 공정에서 작업 진행률을 높이는 ‘선행화 효과’로 공정을 단축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첫 선박의 경우 신공법 적용으로 작업공정이 3주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공법의 장점은 특히 해상크레인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6000t급보다 더 큰 테라블록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회사가 보유한 골리앗크레인으로 1500t이 넘는 블록은 들어올리기 어려운 한계를 신공법으로 극복한 것.

현대삼호중은 대형 해상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육상건조공법에 쓰이는 플로팅독을 활용해왔다. 육상에서 플로팅독까지 두 가닥의 레일 위에서 블록을 유압으로 들어올려 작은 기차 모양의 운반기로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신공법을 적용하면서 기존 레일 위가 아닌 80m가량 떨어진 일반 작업장에서 블록을 제작했으며, 이 블록을 플로팅독으로 옮기기 위해 기존 선로까지 측면으로 임시 레일을 가설해 이동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시 선로를 가설해 1만t 중량의 블록을 옮기는 일은 조선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며 “그동안 산업설비 제작과 육상건조작업을 진행하며 쌓은 수많은 경험과 기술력이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삼호중은 ‘테라블록 신공법’을 통해 올해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치는 매출 4조800억 원, 수주 40억 달러이다.

영암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