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2월 24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람다 3.3 V6 터보 GDi’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엔진회전수를 4900rpm까지 높이자 터보차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람다 3.3 V6 터보 GDi 엔진 모습 (왼쪽).

현대차 ‘람다 3.3 V6 터보 GDi’ 엔진 개발 현장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엔진·변속기 2동에 위치한 한 엔진시험실. 연구소 밖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시험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연구원들이 ‘람다 3.3 V6 터보 GDi(이하 3.3 터보 GDi)’ 엔진의 엔진회전수(rpm)를 4900rpm까지 끌어올리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엔진 양측에 붙은 터보차저(과급기)가 한눈에 보기에도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rpm이 높아지면서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온도가 930도까지 올라갔고 배기가스 에너지로 구동되는 터보차저 내부 온도 역시 치솟은 까닭이다.

이날 시험은 현대차그룹 최초의 트윈터보 V6 엔진으로 제네시스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에 탑재된 3.3 터보 GDi 엔진의 성능 보완 및 후속 차량용 엔진 개발을 위해 진행됐다.

최광순 가솔린엔진시험팀 파트장은 “일반 주행환경에서는 4000rpm 이상 올라갈 일이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터보차저가 달아오를 정도로 높은 rpm 상태에서 몇백 시간씩 엔진을 돌리는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터보엔진은 일반 엔진보다 고온의 배기가스가 생성돼 특히 고온 내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연구동 밖 주차장에는 3.3 터보 GDi 엔진을 얹은 EQ900의 양산 직전 시험차량 한 대가 보닛을 연 채 서 있었다. EQ900에 장착된 V6 엔진은 말 그대로 엔진이 ‘V’ 형태로 벌어져 있어 엔진룸에 충분한 공간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터보엔진은 여기에 터보차저 등 부가장치를 더 해야 해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공간 배치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 크기를 줄일 수 없어 연구진은 결국 터보차저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고 성능 및 내구성 저하 없이 4㎜가량 터보차저 크기를 줄이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오재훈 가솔린엔진설계팀 파트장은 “터보차저를 구성하는 6개 부품을 각 1∼1.5㎜씩 줄여서 새로 만들었다”며 “금형을 조금씩 변경해 새로 부품을 만들고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고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일 제네시스 EQ900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3.3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해 국산 대형 세단의 터보엔진 시대를 열었다. 3.3 터보 GDi는 3기통씩 독립적으로 제어되는 2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한 ‘트윈터보 시스템’을 적용해 국내 시판되는 8기통 엔진 중 최대 배기량(5038㏄)을 갖춘 타우 5.0 GDi 엔진 수준의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실제 3.3 터보 GDi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로 배기량이 훨씬 큰 5.0 GDi 엔진(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0㎏·m)과 맞먹는 가속감을 구현했다. 특히 이 엔진은 1500rpm이라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해 고속에서뿐 아니라 도심에서 저중속으로 달릴 때도 경쾌한 가속성능을 선보인다. 또 3.3 터보 GDi 엔진은 연료 효율성(연비)이 ℓ당 8.7㎞인 3.8 GDi 엔진에 근접하는 ℓ당 8.5㎞로 고성능과 고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EQ900에 플래그십(기함) 모델로는 최초로 3.3 터보 GDi를 추가함으로써 주로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로만 인식됐던 기존 에쿠스와 달리 차 소유주(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카로서 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략적 선택을 했다.

EQ900의 3.3 터보 GDi 엔진 적용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형 쏘나타와 K5 등에 세타 2.0 터보 GDi 엔진과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하는 등 기존에 디젤차 및 일부 가솔린차에만 탑재하던 터보엔진을 가솔린차 라인업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 ‘G80(지에이티)’로 명칭을 바꿔 출시되는 2세대 제네시스(DH)의 상품성 개선 모델에도 3.3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터보엔진 확대 적용은 엔진 크기와 배기량은 줄이면서도 동력성능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기 위해서다. 일반 엔진의 경우 배기량을 줄이면 배기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고 연비가 좋아지는 반면 엔진을 돌리는 힘은 떨어지는데 터보엔진은 버려지는 배기가스 에너지를 재활용해 배기량은 줄이면서도 성능은 더 높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주행성능과 연비 등을 차량 선택의 주요 변수로 고려하면서 높은 엔진 성능과 연비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해법으로 터보엔진 확대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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