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페그제’ 4개국
美따라 0.25%P 상향조정
저유가 자금난 속 ‘고육책’

멕시코서도 0.25%P 올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단행하자 자본유출 등을 우려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미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하루 만인 17일 중동 산유국과 중미 산유국들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은 기준금리를 Fed 인상 폭과 같은 0.25%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이는 사우디와 UAE, 바레인이 달러 페그제(달러 연동 고정환율제)를 택해 달러와 자국 환율이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지난 2007년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으나 국제 통화바스켓에 달러화 비중이 가장 크다.

페그제는 미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로 갈 경우 자국 통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우디 등 산유국은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페그제하에서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등을 동원해 자국 통화를 사들여야 한다. 이에 따른 경제 우려 확산과 자금유출을 막으려면 금리 정책을 미국과 연동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Fed의 이번 금리 인상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가뜩이나 저유가로 오일 달러 유입액이 줄어든 상황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금융 중심지인 UAE의 경우 은행 간 금리(3개월 기준)는 올해 초 0.677%에서 16일 현재 0.988%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중에 자금이 마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속속 결정하면서 시중 유동성은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페그제를 사용하는 중동 지역 환율 정책은 또다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미 산유국인 멕시코도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했다. 멕시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함에 따라 페소화 가치의 추가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역시 달러와 페그제를 운용하는 홍콩도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편 일부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는 등 각자도생을 도모하고 있다. 필리핀은 이날 기준금리를 4.00%인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도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조지아는 높은 물가상승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7.5%에서 0.5%포인트 올린 8.0%로 인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