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초래 상황과 비슷
직권상정 발동 요건에 해당”

“후유증만 더 커질것” 시각도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과 관련,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가 긴급재정경제명령권(긴급명령권) 발동을 고려하는 상황을 놓고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두 가지 특단 조치의 결행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현재 경제 상황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했던 상황과 아주 흡사한 만큼 직권상정과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에 해당된다”고 진단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7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현 상황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이미 위기 대처가 늦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1997년 기아차 사태 당시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점에서 아주 흡사하다”면서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시급한 경제 법안이 모두 발목이 잡혀 있으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100% 동의하지만 전시 상태에 준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면서 “긴급명령권 발동 등 비정상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원칙에도 맞지 않고, 지지층 이반도 일어날 수 있어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성화법의 시급성은 고려해야 하지만 절차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