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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그린 추상작품 22점
현대화랑 내년 1월까지 전시

“큰 점, 작은 점, 굵은 점, 가는 점, 작가의 무드에 따라 마음의 점을 죽 찍는다. 붓에 담긴 물감이 다 해질 때까지 찍는다. 그렇게 주욱 찍은 작업으로 화폭을 메운다. 그다음 점과 다른 빛깔로 점들을 하나하나 둘러싼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한국적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 김환기 화백의 부인 김향안 여사는 뉴욕 시절 김 화백의 ‘점화’ 작업과정을 그렇게 회고했다.

김환기 화백의 그림은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옥션의 지난 10월 홍콩경매에서 김 화백의 1971년 작인 전면점화 ‘19-Ⅶ-71 #209’(253×202㎝)는 3100만 홍콩달러(약 47억2100만 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바꿔 놓기도 했다.

올해 45주년을 맞은 현대화랑이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김환기의 선線·면面·점點’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작품부터 1974년 작고한 해까지 뉴욕에서 제작된 추상작품 22점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나 음향을 느끼게 하는 뉴욕 초기 작품부터 선으로 면을 분할하며 화면을 실험한 십자구도, 무수한 색점을 찍으며 만들어 낸 점화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친한 선배이기도 한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205×153㎝·사진)도 포함됐다. 뉴욕시대의 작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많은 개인 소장자들의 협조로 성사됐다.

1977년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김 화백의 개인전만 11번째 열고 있는 현대화랑은 “뉴욕 이전의 시대에 김환기가 추구한 모티프는 한국적 정서를 대표하는 산, 항아리, 달, 백자, 새, 사슴, 매화, 여인 등”이라면서 “1963년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 이후 뉴욕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고, 1970년부터 타계하신 1974년까지는 김 화백의 절정기”라고 설명했다. 자연에 대한 서정적인 정서에서 출발했다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은 이후 선으로 면을 분할해 공간을 넓히는 구도를 보여줬고 1970년대 들어와선 본격적인 전면점화의 작품으로 확장됐다.

뉴욕에서 그린 화면 전체에 점들이 가득한 점화는 서양기법을 바탕으로 해 동양의 수묵적 느낌이 가미된 작품들이다. 김 화백은 유화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흡수성이 강한 코튼(cotton)을 바탕 면으로 선택했다. 코튼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아교칠을 한 다음, 물감을 한 폭 완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 풀어 유리병에 준비한 후, 점을 찍고 그 하나하나를 사각형으로 돌려 싸기를 반복했다. 대작을 완성하는 데 4주 걸리고, 1년에 평균 10폭 정도 그렸다.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관람료는 일반 5000원. 문의 02-2287-3591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