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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리 / 윤용로 지음 / 티핑포인트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거쳐 기업은행장, 외환은행장 등을 역임한 윤용로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2007년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해 3년간 조직과 함께 뛰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 예기치 못한 인사발령, 글로벌 금융위기, 조직문화 개선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 미래를 위한 준비와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저자는 행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하루하루를 꼼꼼하게 기록해 남겼다고 한다.

3년이라는 시간이 조직 변화와 가시적인 도약을 이루기엔 짧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추진해나갔고, 책에는 이런 기록이 담담하게 담겨 있다. 특히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노력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30여 년간 정부기관에서 봉직했던 저자는 은행으로 옮겨 오면서 두 조직 간의 문화 차이를 실감했다고 한다. 이런 문화 차이는 국익을 추구하는 독점적 기관인 정부라는 특성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업의 본질에 따른 차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한쪽이 아닌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는 조직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짬짬이 은행점포를 방문하고, 직원들에게 격려 전화를 걸고, 회의 형식을 바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등 특히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에 힘썼다. 또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틀을 벗어나 사고방식, 업무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마트 서비스’를 선포하기도 했다.

“국책은행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할 정도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저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실행에 옮겨지자 새로운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졌고 그러면서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저자는 “은행산업에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 되었다. 은행은 변해야 한다. 더욱 중장기적 발전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실천해가야 하고, 당국은 이를 지원해 줘야 한다”며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은 이러한 환경에서 국민경제 지원이라는 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발전을 이뤄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