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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12월은 정리의 시간입니다. 한 해 동안 어떤 일을 했나 돌아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1년 결산도 해봅니다. 좋은 한 해였나요.

마무리 시간이다 보니 ‘북리뷰’ 지면도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꾸미게 됩니다. 이번 주 초 한 대형서점이 올해 출판 키워드로 ‘불안’을 선정했듯이 심리·경제·사회 등 삶의 전 분야에서 불안이 깊어졌다는 생각에 ‘불안의 사회학’을 택했고, 올 한 해 가장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불평등 문제도 ‘왜 분노해야 하는가’와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으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일 년 내내 ‘쿡방’ ‘먹방’을 필두로, (지겹도록) 휘몰아친 음식· 요리 유행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새롭게 봤으면 하는 의미로 ‘미식 쇼쇼쇼’를 2면 톱에 배치했습니다.

정리의 시간이기 때문일까요. 스스로를 ‘중도 미니멀리스트’로 칭하는 30대 일본 출판 편집자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은 작은 메모지 한 장 버리지 못했던 저자가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삶을 회복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벼운 자기계발서입니다. ‘일 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려라’ ‘처음 구매 가격을 생각하지 마라’ 등 차마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우고 정리하는 법’도 조언합니다. 그는 책장에 가득 쌓인 책, 혼자 살면서도 꽉꽉 채워뒀던 커다란 그릇 장식장, 내키는 대로 사 모은 앤티크 잡화를 버렸고, 취미로 사들인 카메라 용품 세트, 먼지투성이의 전자 기타와 앰프,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42인치 텔레비전 등등을 버렸습니다. 그의 옷장엔 이제 여섯 벌의 양복, 욕실엔 액체 비누 하나, 무명천이 전부입니다. 주방에도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리와 버리기’의 철학은 남의 눈을 의식해 멋진 물건을 사고, 물건을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물건과 함께 물건을 탐내는 욕심, 무의미한 일에 쏟는 에너지 등도 함께 정리하는 ‘삶의 리셋’입니다. 저자는 버리면서 오히려 얻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와 광고에 현혹되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시간이 생겼고, 필요한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집중력도 높아졌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행동력도 생겼습니다. 미니멀리즘의 선순환,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우고 버려야 새로운 여지와 공간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건이든, 일이든, 관심이든 필요 없는 것들 때문에 정작 진짜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올해 마지막 달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정리의 기술’을 생각해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