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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사회학 / 하인츠 부데 지음, 이미옥 옮김 / 동녘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인츠 부데가 2014년 출간해,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불안의 사회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우리 모두 불안하다고. 이어 책은 왜 불안한가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분석한다.

취업도, 고용도, 노후도, 자녀의 미래도 불안하고, 사랑은 믿을 수 없고, 음모론과 괴담에 떠는, 불안이 전염병처럼 떠도는 시대이다 보니 불안에 대한 책들이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심리학 저작이었다는 점에서 ‘불안의 사회학’은 ‘신선함’ 면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

사회학자의 분석이니 당연히 마음의 불안보다는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불안이 어떻게 확대, 증폭돼 왔는지를 살핀다. 200여 쪽의 얇은 분량에 사회학자와 철학자들을 끌어들여 ‘현대의 불안’ 구조를 드러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게다가 읽는 이들도 자신의 불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바짝 당겨 읽을 것이니 집중도도 높다.

현대의 불안은 사회 계층을 구분하지 않는다. 억대 연봉의 대표이사부터 직장인과 택배 기사까지 불안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기대한다고 느끼고, 때로는 자신이 촌스럽고 긴장된 모습을 보일까 두려워한다. 중산층은 교육받고 자격을 갖추면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할까 불안하다.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하루하루가 투쟁이다. 현대사회에서 하층 계급들은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데 고용인들은 이들을 탈진 직전까지 밀어붙인다. 그렇지만 고용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들은 종종 불안을 분노로 폭발시키는데 사장의 커피잔을 걸레로 닦거나, 음식에 침을 뱉거나, 소포 꾸러미를 집어던지거나 상대에게 주먹질을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불안을 해결해줄까. 사랑은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끌어안고 붙잡아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약속하는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하고, 현대인은 홀로 존재하는 것에 미숙하기에 타인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지만 사랑은 오히려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 사랑이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불안, 그리고 사랑하는 순간, 나의 자유가 타인에게 종속된다는 불안감이다.

현대 사회의 여러 메커니즘은 불안을 더 증폭시킨다. 예를 들어 능력주의는 성공의 원인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창의성에 대한 숭상은 성실함을 넘어 뭔가를 창출해내는 잠재력을 요구한다. 게다가 요즘 현대인들은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일과 가정, 일과 사랑 등 여러 분야에서의 성취를 원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다양하고 모순적인 요구와 기대를 추구하면서도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갈수록 처리해야 할 항목이 더 늘어나면서 언제나 뭔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함께 한다. 여기에 몇 차례 금융위기가 보여줬듯이 개인이 은행에 넣어둔 돈, 증권, 연금 등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외부 변화에 의해 하루아침에 날아간다. 모든 게 예측 불가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저자는 정치학자 프란츠 L 노이만과 문학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의 불안 대처법을 소개한다. 노이만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이 사라진 사회에 불안에 직면한 사람들이 퇴행적인 대중 운동이나 엉터리 음모론에 빠지고, 지도자에 대해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안에 대한 계몽을 제안한다. 불안의 원인은 세상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자아와 세계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분열이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바흐친은 중세의 웃음 문화에 주목한다. 축제, 종교극 같은 민중의 풍속에 등장하는 익살 요소들, 술에 취해 흥청거리며 부르는 노래, 투박한 농담, 이 같은 웃음이야말로 불안을 이겨낸 승리라는 설명이다.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을 자신의 준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 불안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타인을 잘 다루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어떤 이들은 타인과 세계를 배제한 일종의 수양을 통해 불안을 넘어서려 한다. 예를 들어 존 케이지의 음악, 머스 커닝햄의 순수하게 우연히 만들어 내는 몸동작,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가 만든 집처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세에 순응하는 태도로 다른 사람들의 유행, 쾌락, 자극을 좇으며 자신의 불안을 몰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불안에 대한 탁월한 대처법은 아니다.

저자의 결론은 불안에 대한 명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공포를 더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저자는 불안을 해소하려면 불안에 패배하지 말고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이 없으면 자아도 없고, 애매함이 없으며 정체성도 없고, 절망이 없으면 희망도 없고, 끝이 없으면 시작도 없다. 그 사이에 불안이 있다. 이것은 피하거나 넘어서고자 하는 사람은 불안 앞에 두 손을 드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의 원인들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가진 불안의 일정 부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