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월 6일 교육부로부터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위인환(왼쪽 두 번째) 교사가 소식을 듣고 전남 장흥군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제자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교육부 제공

전남 장흥 퇴직교사 위인환씨

“도시 아이들은 주말에도 부모와 이곳저곳으로 놀러다니죠. 하지만 시골은 그런 조건이 못 됩니다. 부모들이 일을 다니느라 항상 바쁘죠. 그런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부모들을 대신해 들로 바다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밥도 해먹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위인환(68) 교사는 지난 41년간 전남 장흥군 관산면 일대의 관산초교, 관산남초교, 관산신동초교 등에 근무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다 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 2010년 퇴직했다. 퇴직 이후에는 향교에서 총무를 맡아, 향교를 찾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절 교육을 하면서 교육자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교직에 있으면서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의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교사로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 인근 주민들에게 소문이 자자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데리고 방과 후나 주말 동안 야외학습을 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자식처럼 돌봤다. 2005년 위 교사와 함께 근무한 홍성자 교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 하룻밤을 재우면서 목욕을 시키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새 옷도 사주는 등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교사”라고 위 교사를 평가했다. 농사를 짓는 위 교사의 아내도 옆에서 소리 없이 도왔다. 위 교사는 “여학생들을 씻기고 손톱을 깎아주는 일은 아내의 손을 빌렸다”며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집에 올 때마다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따뜻한 밥과 반찬을 준비해준 집사람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은 위 교사를 ‘아버지’, 위 교사의 아내를 ‘어머니’ 삼아 비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성장했다.

위 교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사비를 털어 학용품이나 자전거 등 필요한 물건을 사주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의 제자들에게 사준 컴퓨터만 8대가 넘는다. 컴퓨터보다 가격이 싼 물건들을 사주는 일은 더 잦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통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자전거를 사주고 집에 돈이 없어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책과 학용품을 사주는 일은 다반사였다. 위 교사가 컴퓨터를 처음 사준 학생은 1998년 관산초교 재직시절에 담임을 맡았던 2학년 여학생이었다. 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 어머니마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외할머니댁에 맡겨졌다. 위 교사가 ‘말수가 없고 착한 아이’로 기억하는 학생은 항상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가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다른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 등을 가져와 자랑하면 박수를 쳐주면서도 부러워하는 아이가 애처로워 컴퓨터를 사줬다”며 “당시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내가 기분이 더 좋아졌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수많은 선행에도 불구하고 위 교사는 “이 학교 저 학교 전근을 다니다 보니 아이들에게 사준 컴퓨터 대수가 늘어난 것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위 교사는 새로 생긴 물건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미소에 반해 41년간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했다.

위 교사의 이 같은 헌신 덕분에 위 교사가 전근을 가는 학교에는 학교에 찾아와 자녀를 위 교사의 반에 배정받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빠듯한 살림에 자녀를 돌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이 위 교사에게 자녀를 부탁했다. 위 교사는 자신의 반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배정되면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기 위해 노력했다. 생일을 챙기고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운 날에는 손수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줬다. 아침에 자신의 도시락을 쌀 때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넉넉히 가져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위 교사의 학생들을 향한 배려는 섬세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는 시간과 집에 가는 시간이 좋았다”며 “내가 ‘집에 가자’고 하면 다람쥐처럼 뛰어와 안기며 내 손을 꼭 잡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굣길은 교사 생활 중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돌봤다. 성적이 뒤처진 학생들은 주말에 개별 지도를 했다.

어려운 형편의 제자들에게 더욱 애정을 쏟았던 이유에 대해 위 교사는 “물론 좋은 옷을 입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지만, 손길이 가는 아이들은 외롭고 힘든 형편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친이 살아계신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달리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왜 더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을 원망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위 교사는 학생들에게 베푸는 일에는 주저하지 않았지만 받는 데는 인색했다. 위 교사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비를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에 위 교사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밥을 몇 숟가락 뜨지 않았다. 위 교사는 “나 말고도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교사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좀처럼 퇴임한 학교도 방문하지 못할 정도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성격이다. 지난 2010년 그의 제자들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은 그동안 위 교사에게 받은 마음을 합해 성대하게 퇴임식을 열었다. 그는 “내가 한 게 별로 없는데 우리 아이들이 착해서 그렇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노력했지만 크게 도와줄 수 없었다”며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사랑을 주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