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女의 벽’ 넘은 섬세함… 여성 항공정비사의 세계

이미지 크게보기엔진 점검 인천 정비 격납고에서 김성혜(뒤쪽), 송은정 정비사가 보잉777-300기의 엔진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취업도 남성과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항공정비 분야에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에서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항공산업의 발전으로

항공정비사가 21만 명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력부족을 예상한 지역으로

항공시장이 급성장하는 아시아를 꼽았다.

항공정비 산업이 여성이 접근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항공정비는 정밀을 요구하는 작업이라서

남녀의 차이가 다른 정비분야에 비해 크지 않다.

체력적 열세를 떨쳐버리고 섬세함을 무기로

항공정비에 도전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2300여 명의 정비사 중 여성의 비율은 2%로

지난 3년간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첨단 전자장비를 비롯한 수만 가지 부품으로 이루어진 항공기를

정비하는 일은 크게 운항, 기체, 캐빈, 부품정비로 나뉘어진다.

비행 전후 매일 점검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운항 주기별로 단계별 점검이 있으며,

운항주기 72개월에서 102개월 사이에는 항공기 기체 구조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최고 단계의 정밀 점검이 행해진다.

정비 중 사소한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공기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항공 원동기 정비공장의

여성항공정비사 3년차인 박지민(31) 씨는

여성의 장점으로 꼼꼼함과 부드러움을 꼽았다.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함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다른 정비사와 협동으로 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성 정비사들은 긴장의 연속인 이런 정비과정에서

여성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남성 정비사들과 협력해 완벽한 정비를 하고 있다.

인천 정비 격납고 전자부문에서 근무 중인 김성혜(31) 정비사는

“여성으로서 거대한 항공기를 정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정비를 마친 항공기가 안전운항을 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전문직으로 향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항공정비사를 적극 추천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여성항공 정비사들의 모습을

화보로 꾸며 보았다.

글·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조립 박지민 정비사가 보잉 777 엔진의 중간에 설치되는 케이스를 조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