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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을 운영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던 박모(여·36) 씨는 지난 2012년 손님으로 우연히 알게 된 김모(31) 씨와 사랑에 빠졌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육군 대위로 예편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씨는 “집안에 돈이 많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크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다”며 박 씨 집에 얹혀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씨는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백수’였다.
김 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고가의 전자제품을 시세보다 싸게 판다는 글을 올리고 물품대금이 입금되면 이를 가로채는 수법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는 PC방 컴퓨터나 휴대전화만을 이용해 판매 글을 게재하고 계속해서 전화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범행했고, 이 때문에 김 씨에게 내려진 수배만 무려 21건에 달했다. 김 씨는 그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박 씨에게 부잣집 아들인 것처럼 행세하며, 결혼 준비 비용 명목으로 박 씨로부터 무려 2억 원의 돈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 8월 19일 경찰이 김 씨의 거주지를 파악하고 추적에 나서자 그는 “(경북)경주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박 씨의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경주로 도주했다.
그는 경찰에 쫓기면서도 박 씨에게 “외삼촌이 운영하는 정보기술(IT)업체에 간부로 취직했고, 결혼 후 함께 살 집을 마련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속이기도 했다. 가끔 박 씨가 김 씨를 의심하면 또 사기를 통해 돈을 마련했다. 김 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2년 5월부터 3년 반 동안 171명으로부터 가로챈 돈은 3500만 원에 달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상습사기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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