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작성됐다는 문건이 사법부(司法府) 안팎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문건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및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과 관련된 것으로, 전주지법의 25일 옛 통진당 소속 이현숙 전 전북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의 지위 확인 판결을 계기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그 판결을 옹호하면서 ‘정당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법관 대상 헌법 교육 시 활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까지 했음은 물론, ‘판결 전문 공개 시 보수언론은… 강하게 문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회의원 직위 상실에 관한 부분은 보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법부 일각에서 이렇듯 헌재를 매도해 ‘월권’ 운운하며 법령 해석 권한을 전유(專有)한다는 식으로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게 정상적일 리 없다. 문건도 적시했듯이, 앞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옛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의원지위 확인소송을 각하하면서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재에 맡겨진 헌법 해석과 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에 이뤄진 것”이라며 “법원은 이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게다가 ‘보도 차단’ 등의 내용은 사법부 일원으로서 합당한 사고를 하는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로 황당하다.

전주지법 판결 역시 헌재 결정 취지를 원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난해 12월 22일자 비례대표 지방의원 퇴직 결정과 배치되고, 결과적으로 옛 통진당의 비례대표 공천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으로 헌재 결정의 실효성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문건에 못지않게 황당하다. 대법원 측은 ‘문건=일각의 실수’로서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내부 기강은 물론 각급 법원 일선의 일탈을 추스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