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 만들기를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략에는 경제정책·방위 정책·역사를 바꾸려는 3대 수정주의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베 총리가 이들 ‘삼발이’를 통해 주변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26일 개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미래 구상의 핵심은 강하고 자랑스러운 보통국가를 만드는 것”이라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첫 세션 토론자로 나선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중국의 부상에 떠밀려 힘과 존재감이 없는 국가로 내려앉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된 것 아닌가 싶다”며 △경제정책 수정주의 △방위 수정주의 △역사수정주의를 아베 총리의 미래 구상을 떠받치는 ‘삼발이’로 규정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의 ‘꿈’으로 메이지(明治) 시대로의 회귀에 방향을 둔 국력 강화 추구, 전범 국가에서 평화 국가로의 정체성 변화, 외교를 통한 대국으로서의 입지 구축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상당 부분이 이미 제도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생각하는 ‘강한 일본’은 상당히 과거회귀주의적 ·복고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 등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도 과거 메이지 시대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행보에 있어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일본이 스스로 자학 사관이라고 부르는 데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를 둘러싼 해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난징(南京)대학살 문제를 건너뛰려 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다 자기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교수는 위안부의 일본군 강제연행과 관련, 일본 우익 세력이 “20만 명이 모두 연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20만 명이 아니라 3만 명이면 잘한 일인가. 바보 같은 패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동북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면서도 오히려 이들과의 마찰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는 “일본이 역사 해석을 바꿈으로써 전범 국가라는 정체성을 세탁하려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일본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돼 온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역사에서 반일 교육을 매우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에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한·중·일 간 역사마찰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