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강은 국가안보 직결… 2 ~ 3일 기내 취침 피로 극심

‘세금낭비 안된다’ 朴 의지따라… 해외선 주말 겹쳐 스케줄 작성

참모들 계획변경 건의도 안해… 상황악화땐 책임론 불거질수도

‘7박 10일, 5박 7일….’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해외순방 일정을 설명하는 숫자다. 각각 사흘과 이틀은 전용기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장기 해외순방을 앞두고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의전 책임론이 일고 있다. 대통령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참석과 체코 순방을 위해 29일 출국, 12월 5일 귀국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연이은 해외순방 일정을 이처럼 무리하게 짜면서 여성인 박 대통령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필리핀 마닐라 아태경제협력체(APEC),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했다. 일정도 토요일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강행군이었다. 일요일인 오는 29일부터는 다시 파리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이어 체코 방문도 함께 이뤄진다. 만성피로와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은 토요일인 12월 5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외교 안보 문제 현안이 있어 국제회의에 빠지기도 사실상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해외순방 시 주말을 겹쳐 일정을 짠다. 그동안 여러 사정 때문에 여의치 않아 미뤄 놓았던 국가 방문이나 정상회담도 함께 추진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의지’이기는 하지만, 일정이 무리이기 때문에 변경해야 한다는 건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참모들이 일정을 처음 짤 때부터 이 같은 사실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박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사회 흐름 등 국내 현안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는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는 지금 날씨가 추운데, 현지에서 바깥 공기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건강 조절을) 잘 못해서 무너지게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회의사당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발인제에만 참석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참모들의 의전 소홀과 무관치 않다. 서울대병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인을 지켜봤던 박 대통령은 수척했다. 얼굴은 부었고, 목소리도 작았다. 박 대통령은 오후 1시 5분부터 8분 동안 발인제에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인제에만 참석한 것은 (박 대통령의) 건강상태 때문이었고, 박 대통령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결정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