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통과한 수당 인상안
野 “예산 심의서 전액 삭감”
김무성 “원상복구로 결정”

‘불임국회’비판 여론에 굴복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 운영위원회의 세비 증액분을 전액 삭감해 국회의원 봉급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역대 최악의 ‘불임’ 국회라는 평가를 받아온 19대 국회가 또다시 본회의 일정 등을 연기하며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여야가 국민 여론에 굴복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는 내년도 국회의원의 일반수당을 3% 인상하는 예산안을 처리한 바 있다. 국회 예결특위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 세비 인상 관련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여야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언론에서 보도한 국회의원 세비 3% 증액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는 정부 전체 공무원 인건비 3%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국회 운영위에서 이를 증액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뒤 세비 인상분에 대한 반납 계획을 내놨다.

두 의원은 국회의원 세비 인상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확대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겨주신 유지를 받들어 의회주의 정신에 따라 여야 간 정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예산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비를) 인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구성하는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가운데 수당을 3.0% 올리고, 입법활동비는 동결하는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전체 세비 인상률은 2.0%가 된다.

예산안이 의결되면 국회의원 봉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은 월 646만 원에서 665만 원으로 19만 원이 오른다. 전체 세비는 1억4024만 원이 된다.

사무처 관계자는 “정부가 확정한 공무원 공통 보수 증가율(3.0%)을 준용한 것”이라며 “2013년부터 국회의원 세비가 3년 연속 동결돼 일반 공무원과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과 형평성을 맞춘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봉급 인상은 정치권이 국민들 앞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화합 속에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낸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