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국내에서 ‘전체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가 독일에서는 ‘6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미취학 아동의 관람을 제한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등위, 관람가능 등급 세분화
기준 모호 ‘청소년 관람 불가’
더 명확한 분류방안 내달 발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미취학 유아와 초등생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구분하기 위해 ‘전체관람가’ 등급의 세분화를 추진 중이다. 또 ‘15세 이상 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를 나누는 명확한 등급 분류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를 접하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0∼11세가 대상인 ‘전체관람가’ 등급을 세분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취학 아동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보고도 못 견디고 놀라 다른 사람의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취학 유아와 초등생을 나눠 등급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영화산업 쪽에서는 규제로 받아들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각계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6세 관람가’ 등급으로 미취학 아동을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저연령 등급을 세분화하거나 PG(Parental guidance·부모 지도하 전체관람가) 등급을 운영해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빅 히어로’는 국내에서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아 11세 이하의 어린이가 모두 볼 수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6세 관람가’ 등급으로 미취학 아동의 관람을 제한했다. 또 최근 세계 영화 등급분류의 경향은 규제가 아닌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영화관람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스테판 린츠 FSK(독일 영화등급분류 민간기구) 등급분류 책임자는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6세 미만 아동은 허구와 실재를 구분하는 능력이 없다”고 ‘6세 관람가’ 등급 운영 이유를 설명했다. 또 스티븐 펠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급분류 책임자는 “등급분류는 학부모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등급 분류뿐 아니라 영화 내용에 포함된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영등위는 영화계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다음 달에 더욱 명확한 기준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등급 분류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말이 많이 나와 지난 2012년에 37개 심의 조항을 117개로 대폭 늘렸으며 이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한 방안을 12월에 발표할 것”이라며 “청소년 보호와 산업 발전의 간극을 좁혀 상생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등위는 UCC 등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영상물이 급증함에 따라 콘텐츠 게시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표시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위원장은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온라인 자가 등급 시스템을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이며 미국과 독일에서도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등급을 게시자가 자체적으로 매긴다”며 “내년 초에 영국 등급 분류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온라인 자가 등급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등위는 세계 영상물 등급분류 기구의 운영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 영화 등급분류 포럼’을 개최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