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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35년 만에 노량진역 육교가 철거됐다. ‘35년…버텨줘서 고마워’라고 육교에 붙어있던 현수막은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추억의 공간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모르지만 육교 반대쪽에는 다른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바로 ‘기대할게, 새로운 노량진’이다. 그리고 이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출렁거리던 육교 대신 횡단보도가 새로 생기고, 좁은 보도에 밀집돼 있던 컵밥거리는 보다 쾌적한 ‘거리가게 특화거리’로 옮겼다. 또 노량진역 국철 1호선과 지하철 9호선을 연결하는 환승통로도 새로 개통돼 시민 불편이 줄었다. 모두 지난 10월에 생긴 변화다.

노량진은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그간 ‘우울한 청춘’의 공간으로 대변됐다. 흔들리던 육교와 함께 젊은이들이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서 급하게 한 끼로 때웠던 컵밥은 노량진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청년들의 불안한 표상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민은 물론 고시생과 취업 준비생들 모두 노량진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육교와 노점으로 어지럽던 보도가 깨끗이 정리되자 ‘보도가 이렇게 넓었었나’하며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거리 상인들도 기대와 희망을 안고 영업을 시작했다.

노량진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이면 수험생과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줄 ‘마음건강 상담센터’가 새로 문을 연다. 연말에는 취업 준비생을 지원할 ‘행복한 일자리센터’도 들어선다. 노량진 학원가 일대는 ‘범죄예방디자인(CPTED)’이 적용돼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보다 장기적인 청사진이 담겼다. 아직 가이드라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의도에서 노량진, 이촌을 잇는 역사문화탐방로를 비롯해 노들나루공원과 노들꿈섬을 연결하는 보행로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현대화사업 준공과 2단계 부지개발을 앞두고 있다.

노량진의 이 같은 변화가 당장 청년들의 삶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량진이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청년뿐만 아니라 새벽을 여는 수산시장 상인들,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들과 지역 주민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량진은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이창우 동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