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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미만 남녀 508명 조사
男호르몬과 상관 性결정 영향
아빠 보다 엄마의 영향 더 커
美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

검지(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있는 둘째 손가락)와 약지(가운뎃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사이에 있는 손가락)의 길이가 거의 같은 여성일수록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는 이색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녀의 성별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태범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김수웅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공동으로 비뇨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60세 미만 508명(남 257명, 여 251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를 측정하고 자녀 수를 비교한 결과 남성과 달리 여성에서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눈 비율(길이 비)이 낮을수록 아들이 많았다고 25일 밝혔다. 반대로 검지와 약지 손가락 길이의 비율이 높을수록 딸을 낳을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자녀의 성비를 전체 자녀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로 정했다. 예를 들어 자녀가 2명인 여성의 경우 아들과 딸이 각각 1명씩이면 자녀의 성비는 2분의 1인 0.5가 되고, 아들만 낳은 경우는 1, 아들 없이 딸만 낳은 경우는 0이 된다.

이 결과 손가락 길이 비율이 낮을수록 자녀의 성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손가락 길이 비율 중간값인 0.95를 기준으로 0.95 미만인 여성은 손가락 길이 비율이 0.95 이상인 여성보다 아들을 가질 확률이 13.8% 높았으며, 반면 아들 없이 딸만 가질 확률은 48.1% 더 낮았다. 남성의 경우에서는 손가락 길이 비율이 자녀의 성별과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태범 교수는 “그동안 자녀의 성별은 X, Y 염색체 중 어떤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난자와 수정하느냐에 따라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배워왔지만, 수많은 연구가 자녀의 성이 단지 무작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여성호르몬·스트레스·자연재해·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를 제시해오고 있다”며 “손가락 길이 비율 연구도 자녀 성별 결정이 오로지 무작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 길이 비율이 자녀의 성별 결정에 영향을 끼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은 더 연구해 봐야 한다”며 “다만 여성의 손가락 길이 비율은 태아일 때 남성호르몬에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1월호에 발표됐다.

앞서 2010년 김태범 교수는 손가락 길이 비율과 전립선암과의 관련성에 대해 영국비뇨기과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으며, 이어 성인 음경 크기·전립선비대증 약물치료·전립선암 악성도·성인 폐 기능·고환 크기 등에도 손가락 길이 비율과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회에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