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빗속 추모 25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공정한 인사 척결하겠다”
“아름다운 지하자원 개발”
중요한 단어 빠트려 실수

잦은 말 실수 비판 속에도
변명 않고 재치로 받아넘겨
격없고 인간적 대통령 평가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 도입·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등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남기며 ‘뚝심의 정치’를 보여줬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의 격의 없고 소탈했던 모습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잦은 말실수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김으로써 오히려 인간적인 풍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공정한 인사를 해서 부패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했던 부분을 “공정한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잘못 말하는 등 중간에 반드시 언급했어야 할 단어를 빠트려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전달하는 실수를 종종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강원도 유세를 갔을 때에도 “강원도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이 되면 강원도의 아름다운 지하자원을 개발하겠다”는 연설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원래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겠다”고 말했어야 했지만 또다시 중간 단어를 생략해 버린 것이었다.

외국 정상들의 이름을 잘못 불렀던 김 전 대통령의 일화들도 회자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회의 석상에서 루마니아 독재자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이름을 잊어버려 머뭇거리다 ‘차씨’라고 말해버리는가 하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에도 당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었던 카리모프를 ‘카리모스’라 부르는 실수를 저질러 보좌진을 당황케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외에도 김 전 대통령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밥을 굶는 ‘결식(缺食) 아동’ 문제를 언급하던 중, ‘밥을 구걸하러 다닌다’는 뜻의 ‘걸식(乞食) 아동’으로 잘못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전봉준 장군의 고택을 다녀오면서 전봉준 장군을 ‘정몽준 장군’이라 잘못 부르거나 올림픽 출전 선수 격려차 태릉선수촌을 방문해서는 황영조 선수를 목사인 ‘하용조’로 불렀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말실수에도 김 전 대통령은 억지로 핑계를 대거나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래야 분위기가 덜 딱딱할 게 아니냐”라며 재치있게 넘어가고는 했다. 김 전 대통령을 두고 격의 없고 유머러스한 인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