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국적

남자 골프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영국 대표로 나갈까, 아일랜드 대표로 출전할까.

답부터 말하면 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로 나설 전망이다. 북아일랜드 출신 운동선수들은 이중국적이 허용된다. 올림픽 헌장 41조 부칙에 따르면, 복수 국적을 보유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매킬로이는 영국 국적이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늘 아일랜드 대표로 뛰었기 때문에 올림픽에도 아일랜드 대표로 나가겠다”고 지난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못을 박았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 그러나 골프, 럭비, 크리켓, 하키 등 다수의 스포츠 종목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가리지 않고 아일랜드협회 아래에서 활동하고 있다.

귀화 선수의 국적 결정은 좀 더 복잡하다. 원칙적으로 새로운 국적으로 출전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 예전 국적을 갖고 나간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최소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다만 3년의 유예 기간은 해당국 올림픽위원회와 해당 종목 국제연맹 동의하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조정할 수 있어 이 절차를 통과하면 귀화 직후 출전도 가능하다.

아시안게임을 관장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국적 규정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IOC 헌장에 명시된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지만, 귀화 선수의 국적에 대해 훨씬 까다로운 OCA 자체 규정이 있다. OCA는 국적 변경 이전 국가의 대표로 OCA 주관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고, 귀화 후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 계속 거주했으며, 해당국에 영구 거주지가 있는 때에만 귀화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미국 출신 농구선수인 안드레이 블라체(29)는 지난해 6월 필리핀 국적을 얻었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9월)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종목별 국제연맹의 국적 변경 기준은 훨씬 느슨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국적 취득 후 1년이 지나면 새 국적으로 IAAF 주관 대회에 나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자메이카 출신 여자 육상선수 멀린 오티(55)는 2002년 슬로베니아 국적을 취득, 200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슬로베니아 대표로 출전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귀화 제한 자체가 없다. 블라체도 지난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린 FIBA 농구 월드컵에는 필리핀 국가대표로 뛰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