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회장 탄신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정몽준(오른쪽 두 번째) 아산재단 이사장과 이홍구(〃세 번째) 전 국무총리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석학20명, 업적·철학 등 분석
“나라 잘되는 게 우리 잘되는 길
현대重 사훈에 아산 사상 집약”
“시행착오·위험감수로 요약되는
기업가정신의 대표적 상징인물”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해야 한다(경세제민·經世濟民)는 문제는 공자가 깨닫기는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를 몸소 이뤄낸 인물이 바로 아산(峨山·고 정주영 회장)입니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아산, 그 새로운 울림-미래를 위한 성찰’에서 국내 각 분야 석학 20명이 ‘얼과 꿈’ ‘사람과 삶’ ‘살림과 일’ ‘나라와 훗날’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아산의 업적과 철학, 생애 등을 연구·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 범현대가 인사와 전·현직 임직원들, 학계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유교와 민족주의-아산의 기업관과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3사인 현대, 삼성, LG의 창업주는 모두 어려서 한학과 논어, 맹자 등 유학을 배운 유교 교양인들”이라며 “유교 정신 중 핵심이 ‘배워서 이기자’는 것인데 이것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을 통해 민족주의와 결합하고 그것이 선진국 따라잡기 정신, 즉 자본주의 정신이 됐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아산 정주영”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아산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유교의 대의를 실제적으로 구현했는데 사익을 공익으로 연결시키는 가치관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원리와 조화롭게 접목된 전형”이라며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현대중공업 사훈에 아산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자가 깨닫기는 했지만 실천하지는 못한 경세제민이라는 목표를 아산은 몸소 이뤄낸 인물”이라며 “아산이 실천으로써 쓴 경제학이야말로 사실 진정한 경제학”이라고 덧붙였다.

창업 및 수성에 나타난 아산 정신을 분석한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아산 정신은 인문학적 감성력과 차별적 창의력, 무한적 긍정력, 무차별적 도전력 등 4가지 핵심 하위요소가 연계돼 종합 발현된 상상력의 공간이 된다”며 “J A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의 핵심으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논했는데 한국으로 눈을 돌린다면 시행착오와 위험 감수로 요약되는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 상징인물은 단연 아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재성 연세대 교수는 아산의 사회공헌 정신과 복지철학을 분석하며 “아산은 1977년 기업이 아닌 개인의 현대건설 지분 50%를 출연해 공익재단을 설립했는데 지금 가치로 치면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아산은 재단 설립이 현대라는 기업을 가능케 한 한국 사회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아산의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성적, 실리적 사업가였던 아산이 추구한 꿈은 실리적 이해관계가 두텁게 얽힌 남북-동북아 경제공동체”라며 “그의 독특한 구상과 추진력은 향후 남북 관계 정립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