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랜드연구소에서 열린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 세미나에서 브루스 버넷(뒷줄 왼쪽 두 번째) 랜드 선임연구원이 불안정한 북한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버넷
김정은, 고위간부들 잇단 숙청
北정권 불안정‘급변사태’우려

■‘CSIS’ 마이클 그린
韓, 남중국해 문제제기 했지만
중국 통한 북핵문제 접근 안돼

■‘美국방대’ 짐 프리스터프
사드는 北미사일 방위가 목적
中 반응과 상관없이 배치해야

최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보·군사 동맹의 굳건한 뿌리를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는 여전히 세계 각국의 동맹 관계 가운데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유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0월 방미 성과 가운데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강력한 유대 관계의 재확인과 대(對)북 공조 체제 확립을 최고로 꼽는다. 그러나 이런 튼튼한 동맹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계에 대한 과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리고 최근에 부각된 과제는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론,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대한 미국의 입장 등이다. 지난 8∼16일 한국언론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미 워싱턴 등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만난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최근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론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가 제로섬(Zero Sum) 관계에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만난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관측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워싱턴 정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싱크탱크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보다는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미국 싱크탱크의 시초라고 알려진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브루스 버넷 선임연구원은 한·미 안보 동맹의 중요성과 굳건함의 배경으로 불안정한 북한 정권을 꼽았다.

버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후 1년 반 정도 지난 초기 동안 고위급 지도자들을 많이 바꿨다”며 “정권의 안정을 도모한다면 그렇게 많은 고위 간부들을 숙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김정일(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집권 17년 동안 인민무력부장을 3번 바꿨고, 그 3명 중의 2명은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4년도 안 되는 사이 인민무력부장을 5번이나 교체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불안한 상황에서 언제 어떤 급변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튼튼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도 “한·미 관계에 좋은 뉴스가 세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미 동맹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 첫 번째”라며 “두 번째 좋은 뉴스는 현재의 청와대와 백악관이 매우 밀착해 북한 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 번째 좋은 소식은 미국과 한국의 전 세계적인 공조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한 입장은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관측이 제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은 한국의 중국 경사론 우려를 제기하는 일부 전문가들에 대해 ‘시간이 많은 학자들의 쓸데없는 걱정’ 정도로 치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그린 부소장은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은 중국과 광범위하게 공조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 설정에 한국이 포함될 경우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대중국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달 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그린 부소장은 “아직도 갭(틈)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서 북핵 문제에 접근하려는 방식에 대해 중국 측이 ‘한국의 중심축이 이동한다’고 해석하지 않도록 분명한 시그널(신호)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반응과 관계없이 사드 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짐 프리스터프 미 국방대 선임연구원은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이 주장하듯이 중국에 대해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사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위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를 배치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의 서울과 군산 사이 어떤 지역을 공격해온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워싱턴·로스앤젤레스 = 글·사진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