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음색을 내야 할 대종상영화제가 잡음만 내고 있습니다. 올해 52회를 맞는 대종상영화제는 국내 최장수 영화제죠. 하지만 영화인을 넘어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할 대종상이 각종 논란에 허덕이며 영화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이 발단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영화제 관계자는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공정한 심사를 거쳐 좋은 영화와 훌륭한 영화인에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출석한 이에게 시상하겠다는 희한한 발상입니다. ‘대종상=출석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죠.

논란이 불거지자 영화제 측은 이런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말했지만 공식 입장 발표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배우 황정민과 이민호, 강하늘이 참석한다고 알렸죠. 영화제의 당초 방침대로 미리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들이 상을 받는다면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이를 바라보는 이도 민망한 모양새가 될 겁니다.

이외에도 영화제 측은 중국 배우 쑨훙레이(孫紅雷)와 가오위안위안(高圓圓)이 해외부문 남녀 주연상 수상을 위해 참석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도 빚었습니다. 게다가 신인여배우 후보인 박소담의 얼굴이 다른 배우 주보비로 표기되는 등 허점투성이였죠.

대종상을 바라보는 언론과 대중의 시선이 유독 차가운 건 거듭된 잡음 때문입니다. 2009년에는 정식 개봉하지 않은 영화의 주인공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2011년 심은경이 ‘써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학업으로 인해 불참하자 후보에서 제외됐죠.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5개 부문을 독식해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이 기자회견 중 “대종상이 썩 잘되는 것 같지 않다”며 내홍을 드러냈습니다.

매년 대종상영화제 측은 “바로잡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덜컹대는 행보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반복된 지적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죠. 한 영화인은 “이제 출석상의 성격이 강해졌으니 안 가고 (상을) 안 받으면 되겠군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대종상의 권위는 50년 넘게 축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나이 50세가 된 모든 사람이 존경받는 것은 아니듯, 대종상의 나이가 권위를 보장하진 않죠. 사람도 시상식도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비로소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의 대종상은 그리 존경받는 어른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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