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제값 못하는 해외 유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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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근친상간 소재 손사래
‘킬링타임용’보다 소장용 선호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누리는 작가가 있는 반면, 세계적 베스트셀러인데 국내 판매 부수는 명성에 못 미치는 작가도 있다. 책도 자기만의 운명이 있기에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독자들의 코드와 어긋났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포브스지 선정 수입 1위 작가로 랭크돼온 범죄 스릴러의 대가 제임스 패터슨은 한 예이다. 감성적 법의학자가 주인공인 그의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형사물로 각종 상을 휩쓸었지만 국내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 황금가지가 2004년 야심 차게 시작한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 1권으로 패터슨의 ‘첫 번째 희생자’를 내놨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주간은 “장르 문법에 충실한 패터슨의 흥미로운 액션물에 대한 반응을 보면 한국 독자들은 단순한 킬링타임용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추리물이라도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같이 사회문제를 다룬 사회파 추리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처럼 역사·인문학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 열광하듯이 ‘단순한 재미가 아닌 의미’가 있는 책,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소장용 책을 좋아한다”고 김 주간은 분석했다.

소재와 주제에 대한 접근성도 당연히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밀레니엄 신드롬을 일으킨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도 북유럽 스웨덴의 분위기가 안긴 거리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책은 2008년 당시 스웨덴 대사관의 전폭적 지원 속에 번역 출간돼 30·40대 남성 독자들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냈지만 대중적 반응은 미약했다. 2011년 웅진에서 재출간돼 그 뒤 총 6권, 38만 부가 팔렸다. 객관적으론 좋은 성적이지만 일본까지 휩쓴 세계적 명성, 공들인 광고 마케팅,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개봉의 변수를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이다. 부패한 기업, 정치, 성매매, 자본의 도덕적 타락이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에 대해 김보경 웅진 지식하우스 대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회적 추리지만 이민자 문제나 근친상간적 요소가 문화적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평했다. 이는 일본 사회파 작품도 현대물은 인기가 높지만 공부가 필요한 역사물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한편 미국에선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스티븐 킹의 작품이 제한적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많은 편집자들이 의아해한다. 대중성과 깊이를 갖추고, 영화화로 친숙하기까지 하지만 그의 작품은 평균 5000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준혁 주간은 “킹이 한국 시장에서 초기에 공포 작가로 잘못 규정되는 바람에, 아직도 ‘킹 = 공포 작가’라는 등식이 떠올라 새로운 독자로의 확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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