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은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읍 출생이다. 장흥은 문화분야에 적지 않은 인재들을 낸 땅이다. 1963년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木船)’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의 작품의 상당수는 고향인 장흥 그리고 그 남해 바닷가에 뿌리를 둔 것들이다. 작가 스스로 ‘내 소설의 9할은 고향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96년부터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장흥으로 내려가 자신의 호(號)를 딴 작업실 ‘해산토굴(海山土窟)’을 짓고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올해 스물다섯 번째 장편소설 ‘물에 잠긴 아버지’(문학동네)를 낼 정도로, 늦은 나이까지 치열하게 창작을 이어가는 그와 같은 작가도 드물다. 딸 한강과 아들 한동림은 소설가이고, 사위 홍용희는 문학평론가로 대를 잇는 ‘문학가 집안’이기도 하다.

한(恨)의 공간으로서의 남녘을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생명력의 공간으로 재현해온 그는 풍부한 토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손꼽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운명’과 ‘구도(求道)’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지만, 소설의 공시적 배경에 자신의 역사의식을 통한 민족의 비극을 늘 깔아놓고 있다. 한승원은 ‘그 바다 끓며 넘치며’와 ‘구름의 벽’으로 한국소설문학상(1980), ‘누이와 늑대’로 대한민국문학상(1982), ‘포구의 달’로 한국문학작가상(1983), 현대문학상(1988),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1988), ‘포구’로 한국해양문학상(1997) 등을 수상했다.

한승원은 대중적으로 1985년에 쓴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작가로 각인돼 있는데,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1989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는 이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씨받이’(1986)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강수연에게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월드 스타’로 떠오르게 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로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나가자”는 의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