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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보이는 사람들 / 제이미 워드 지음, 김성훈 옮김／흐름출판

지난 5월 TV로 방송된 웹툰 원작의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는 공감각이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했다. 공감각이란 하나의 자극에 해당하는 감각기관이 아닌 다른 감각까지 느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감각 상호 간의 연결. 예를 들어 음악에서 색감을 느끼거나 색깔에서 냄새를 느끼는 걸 말한다.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얘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공감각은 학문 영역으로 편입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이 책은 신경심리학자가 이런 공감각의 원인을 뇌에서 찾아가는 행로를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일상에서 공감각을 느끼는 이른바 ‘공감각자’는 감각을 넘나든다. 알파벳 철자 하나하나에서 색깔을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단어마다 맛을 느끼고, 냄새에서 색깔을 느끼기도 한다. 통증이 색감으로 이어지고, 맛을 도형의 형태로 보는 이들도 있다. 잘 믿기지 않는 얘기다. ‘아카데미’란 글자에서 초콜릿 바 맛이 나고, ‘아담스’란 이름에서는 통조림 토마토 맛이 난다는 것이, 플루트 연주가 파스텔 톤의 레몬 빛으로 보인다는 것이 과연 믿기는지….

그런데 인간의 감각의 종류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처음의 당혹스러움은 희미해진다. 저자는 학술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감각의 종류에 대한 논문을 꺼내놓는다. 우리가 아는 인간의 감각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 5가지. 그러나 논문은 특정신호에 반응하는 특화된 세포 수용기의 숫자를 세는 방식으로 인간의 감각을 구분했다. 눈은 시각을 감지하지만, 명암을 감지하는 감각과 색을 감지하는 감각이 따로 있다. 촉감과 온도도 똑같이 피부에서 느끼는 감각이지만, 질적으로는 아주 달라 따로 분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헤아린 인간의 감각은 최고 33가지다.

공감각은 이런 다양한 감각을 넘나든다. 특정한 상황에서 간혹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공감각은 어렸을 때부터 평생 유지되며 유전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당혹스럽지만 저자는 전체 인구의 1∼2%쯤이 이런 공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예술가, 특히 화가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몇 배나 더 높다며 공감각자의 4명 중 1명이 미술 관련 직업에 종사한다는 통계를 내민다. 저자는 또 반 고흐, 칸딘스키 등의 화가, 오르한 파묵,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의 작가, 리처드 파인만, 니콜라 테슬라 등의 과학자, 빌리 조엘과 레이디 가가 등 가수들이 공감각자만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공감각의 원인을 감각기관이 아닌 뇌에서 찾는다. 글자에서 색을 보는 공감각자가 일반인들이 못 보는 다른 파장의 색을 감지하는 게 아니라, 감각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뇌가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글자에서 색을 보는 두 명의 공감각자가 같은 단어를 놓고 전혀 다른 색을 보는 건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아직 공감각에 대한 연구는 충분치 않지만 저자는 그동안 이뤄져 온 공감각에 대한 연구와 수많은 가설, 그리고 실험과 논증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