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선마술사 / 이원태·김탁환 지음 ／ 민음사

원 스토리 멀티 유스(One Story Multi Use)를 주창하며 창작집단 ‘원탁’을 설립한 동갑내기 친구 소설가 김탁환(47·사진 오른쪽)과 기획자 이원태(47·왼쪽) 씨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3년 만에 벌써 3개 콘텐츠의 소설·영화화가 결정됐다. 최근 출간한 소설 ‘조선마술사’는 오는 12월 24일 유승호, 고아라 주연의 동명영화로 개봉한다. 앞서 발표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내년 4월 펴낼 ‘아편전쟁’은 판권이 영화제작사에 팔렸다. ‘무블(무비+노블)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원탁’을 만났다. 마침 이 시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조선마술사’의 제작보고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 작가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소설과 영화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소설은 영화사에 건넨 원작에 영국, 페르시아, 무굴제국 등 모험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영화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판타지적 설정을 소설 안에서는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며 “원형은 하나지만 각 영역의 특성에 맞게 변주가 가능하고, 그래야 독자와 관객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으며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 뼈대는 19세기 조선 마술사 환희와 옹주 청명의 로맨스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열하 장터에서 본 마술들을 상세히 기록한 ‘환희기’를 보고 착안했다. 가까운 조선에도 마술사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바탕으로 마술 광대와 옹주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청나라와 조선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압권은 청의 후궁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청명을 두고 벌이는 환희와 청나라 최고 마술사 귀몰의 대결. 변신술, 탈출술, 집환술 등 마술 기법이 전개되면서도 속도감 있게 결말로 치닫는다. 대결이 펼쳐지는 장소이자 환희의 마술무대 물랑루는 ‘물랭루주’에서 차용한 공간으로 유독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원탁’은 “영화에서 이 공간을 만드는 데만 10억 원 이상 들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조선마술사’는 앞서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서 30화 분량의 웹소설로도 연재됐다. 한 달 동안 7만 뷰를 기록했다. 이 또한 소설, 영화와는 내용이 좀 다르다. 뮤지컬로의 변신은 새롭게 욕심을 내는 부분이다. 김 작가는 “소설이 나왔고, 영화까지 개봉되면 뮤지컬계에서 연락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작가와 이 씨가 ‘비공식’ 공동 작업을 한 지는 어언 10년이 흘렀다. 2006년 카이스트 교수직과 MBC 계열사 PD직을 던지고 떠났던 싱가포르 여행에서 둘은 관광보다 밤새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데 재미를 느꼈다. 당시 탄생한 것이 ‘노서아 가비’다. ‘원탁’은 “내년엔 이야기꾼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드러낼 계획”이라고 했다. 3개의 소설을 풀어놓는다는 것, 이 중 첫 현대물도 끼어 있다. 거의 매일 목동 작업실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는 이들은 “그렇게 해도 4∼5개의 소설 초본이 더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좋은 시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씨는 짧게 답했다. “물건이 좋으면 대중이 알아본다. 좋은 이야기는 외국에까지 먹힌다.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유감없이 보여주겠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