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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갈수록 낙후돼 먹고살 기반도 없어요. 고향을 잃더라도 발전에 원전 건설이 필요합니다.”

8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30여 가구의 이 마을 주민들은 영덕원전이 들어서면 전원 타향으로 이주해야 한다. 오는 11~12일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곳에서 만난 김모(여·65) 씨는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게 돼 안타깝지만 변변한 산업기반조차 없는 영덕의 살길은 원전이 오고, 거기서 주민들이 일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0㎞ 떨어진 강구항에는 유명한 ‘영덕대게’ 식당들이 즐비하다. 상인 A(여·51) 씨는 “원전이 들어서면 영덕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대게 판매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다른 상인 B(45) 씨는 “울진 한울원전 바로 옆 죽변항은 원전 관련 업체들의 회식과 관광객으로 오히려 활성화됐다”고 주장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대게가 영덕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라고 말했지만 영덕의 대게 어획량은 591t, 246억 원 어치인 반면 포항은 지난해 4100t, 1700억 원 어치를 잡는 등 영덕보다 월등히 많다.

차를 타고 영덕읍내로 들어서자 원전 찬반 현수막(사진)이 거리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영덕은 경북 동해안 4개 시·군(울진·영덕·포항·경주) 중 유일하게 원전이나 공장이 없는 지역. 올해 재정자립도는 8.8%로 원전 지원금 혜택을 받는 울진(10.2%)보다 낮다.

영덕읍의 한 주민은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울진 바로 옆에 있어 사고가 나면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울진처럼 원전이 건설되고 정부 지원을 받으면 경제가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